데일리안, 김민석 메모 포착…'훈식'·'원식'·'청래' 등 이름 나열돼
鄭 서울시장 차출설에 친청계 반발…鄭 "왜 자꾸 때리나 불쾌해"
"민석·영길도 수첩에 적으라" "차라리 金 본인이 직접 출마하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수첩에 적힌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가 적은 수첩 메모에는 서울시장 후보에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4인의 이름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첩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정청래 전 대표의 이름이 포착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군을 일찌감치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전당대회에서 막판까지 경쟁했던 정 전 대표를 서울시장에 내보내려는 것이 사실상 '정적 죽이기' 아니냐는 정치적 분석도 제기된다.
9일 데일리안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수첩에 적힌 메모를 살펴봤다. 메모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보이는 문구 아래 '훈식', '원식', '청래'로 보이는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이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원식 전 국회의장, 정 전 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글씨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 두 이름은 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을 비롯해 경선에 참가했던 박홍근·박주민·전현희 의원 등의 이름이 적힌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Mj'라는 이니셜도 눈에 띈다.
해당 메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신 부담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을 수 있어 재판 진행 속도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의 수첩에서 정 전 대표의 이름이 확인되면서 당내에서는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김 대표가 승리한 뒤 정 전 대표가 당내 주요 현안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줄인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도 쉽지 않은 서울시장 선거에 정 전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라면 단순한 후보군 검토를 넘어선 정치적 계산 아니냐는 것이다.
정 전 대표 측근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내비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서울시장은 기존에 준비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김 대표의 메모에서 발견됐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 본인도 페이스북에 "이번에는 수첩으로 때리냐. 불쾌하다"며 "전당대회 때 네거티브로 그렇게 때렸으면 됐지 전당대회가 끝났고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리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너무 잔인하지 않나"라며 "그리고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의 꿈을 꾸다가 낙선한 민석(김민석 대표), 영길(송영길 의원) 등도 좋은 후보이니 수첩에 적어 놓시라"고 꼬집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수첩에 적힌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가 적은 수첩 메모에는 서울시장 후보에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4인의 이름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친청(친정청래)계에서는 보다 강한 해석이 나온다. 한 친청계 의원은 "누가 나가도 서울시장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정 전 대표 서울시장 차출 구상은 '정적 제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가 서울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는데 제일 확실히 책임지는 방법은 본인이 출마하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정적) 솎아내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건 본인의 대선 가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정 전 대표 제거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대표의 구상을 '정적 죽이기'와 '86그룹 껴안기'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했다. 엄 소장은 "김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에게 쉽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정 전 대표를 내보려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정적 죽이기'와 '86그룹 껴안기'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이 뉴이재명 등 신주류로 재편되면서 소위 말하는 민주당 핵심 그룹의 충성도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카드는 묘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금 분위기에선 민주당에 누가 나와도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국회의원 뱃지도 잃고 차기 공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출마 요청에 정 전 대표가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다만 정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검토가 반드시 정치적 제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정 전 대표가 민주당 내에서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춘 중량급 정치인인 만큼, 당의 선거 경쟁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메모 자체만으로 정치적 의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그는 "정 전 대표가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보니 인지도 싸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충분히 언급될 수 있는 인사"라며 "김 대표의 메모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전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 계파 갈등을 완화하는 카드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지금 민주당 내에서 친김민석이니 친정청래니 하면서 싸움이 빈번한데 당으로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 전 대표를 서울시장으로 밀어 친청계의 운신의 폭을 확보해주는 것이 당 차원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이어 "운신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계파 갈등을 약화하고 오히려 양쪽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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