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령탑은 처음’ 모레노 감독 앞에 놓인 2가지 과제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9.02 08:10  수정 2026.09.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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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벤투 성공 뒤 본프레레·슈틸리케·클리스만 실패

사상 첫 스페인 출신 사령탑, 6경기서 새 정체성 보여줘야

로베르토 모레노. ⓒ AP=뉴시스

한국 축구가 처음으로 스페인 출신 지도자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을 9~11월 A매치 6경기를 이끌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일단 6경기까지지만, 해당 기간의 평가에 따라 2027년 1월 개막하는 AFC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가능성도 열어뒀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6경기는 단순히 임시 감독 데뷔전이 아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이후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가운데, 대표팀 경기력과 함께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랜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한국 축구의 외국인 감독 역사는 영광과 실패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994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을 시작으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조 본프레레(네덜란드),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핌 베어벡(네덜란드), 울리 슈틸리케(독일),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위르겐 클리스만(독일)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성과만 놓고 보면 성공과 실패가 뚜렷하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단연 히딩크 감독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명확한 역할 분담, 강한 압박을 기반으로 한국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리고 월드컵 4강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냈다.


벤투 감독 역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 부임한 벤투 감독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 꾸준히 입히면서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갔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특히 감독 선임부터 월드컵까지 장기적인 계획 아래 대표팀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히딩크와 함께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실패의 기억도 적지 않다.


조 본프레레 감독은 2005년 부임했지만 전술과 경기력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 역시 초반에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력과 선수단 장악력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결국 2017년 경질됐다.


가장 최근의 실패 사례는 클리스만 감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3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술적 역량과 선수단 관리, 대표팀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둔 뒤 결국 대회를 마치고 경질됐다.


벤투 감독은 히딩크와 함께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렇다면 모레노 감독은 한국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줄까.


스페인 출신인 모레노 감독은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수석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특히 엔리케 감독의 오른팔로 불리며 전술 설계와 상대 분석, 선수별 역할 설정 등에 관여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능력과 전술적인 접근은 모레노 감독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스페인 축구 특유의 점유와 패스에만 기대는 지도자는 아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을 조정하고 선수들의 장점을 조합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월드컵 이후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는 한국 대표팀에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지도자로서의 이력에는 분명한 물음표도 있다.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등 클럽에서 감독을 맡았지만 장기간 팀을 이끌며 확실한 성과를 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팀 수석코치로 쌓은 경력과 직접 팀을 책임지는 감독의 역할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결국 모레노 감독은 6경기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축구를 보여줘야만 한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 역시 모레노 감독 선임 배경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와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모레노 사단이 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모레노. ⓒ 대한축구협회

모레노 감독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 번째는 경기력이다. 새로운 선수들을 무작정 실험하기보다는 현재 대표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선수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특히 월드컵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중원과 공격진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대표팀의 정체성이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간 감독 교체가 반복되면서 대표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팬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전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서 일관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 축구는 대표팀 경기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이어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과 경찰 수사, 대한축구협회 행정 전반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과거 축구계의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다시 소환되며 한국 축구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다.


모레노 감독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변화의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


축구가 정치적 논란과 행정 문제를 단번에 지울 수는 없지만, 좋은 경기와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은 팬들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6경기는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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