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전면 섰지만 집값 불안·정책 혼선 이어져
“닥치고 지어야” 외쳤지만 결국 “국민께 죄송” 사과
부동산 민심 악화에 지지율 최저…여야 책임론 속 사퇴
김용범 정책실장.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부동산 정책 전면에 섰지만 집값 불안과 정책 혼선이 이어졌고, 부동산 민심 악화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번지면서 책임론도 커졌다.
청와대는 1일 김 실장이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의 사퇴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 등 여러 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동산은 김 실장이 최근 수개월간 직접 전면에 나서 정책 방향을 설명해 온 분야다. 정부가 공급과 세제, 금융 등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김 실장은 시장 안정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실장은 5월 4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 상황과 관련해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급등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과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이 시장에 안착하면 과거와 같은 급격한 가격 반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발언의 수위가 달라졌다.
김 실장은 6월 24일 관훈토론회에서 주택 문제를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으며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폐교와 공공부지 등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을 샅샅이 찾아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수백 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값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김 실장은 7월 19일 방송에 출연해 "참 많은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셋값과 월세까지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시장 급등 가능성에 선을 그었던 정책실장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상황까지 몰린 셈이다.
공급 해법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도 커졌다.
김 실장은 재개발·재건축이 공급 확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만능키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대신 공공부지 활용 등 공급 확대 카드를 잇달아 검토했다.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세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실장은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달리 보고, 같은 1주택자라도 실거주 여부 등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차등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실수요자 피해와 전월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전국지표조사(NBS)가 지난달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6%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34%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9%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나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지난달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4%로 직전 조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부정 평가는 46%로 8%포인트 상승해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수치상 앞질렀다. 특히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 실장을 향한 책임론도 거세졌다.
야당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론하며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김 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근에는 여권 내부에서도 지지율 하락과 정책 혼선을 수습하기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하루 만인 1일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 안정에 자신감을 보였던 김 실장은 이후 "닥치고 지어야 한다"며 공급 확대를 외쳤고, 결국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정책실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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