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사업 발표 임박…靑, 국익 극대화·리스크 최소화 '고심'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8.27 05:30  수정 2026.08.27 05:30

정부, 9월 중 1호 사업 발표 예정

트럼프 행정부, 한국에 반도체 투자 요구

靑 "사실 무근"이라지만, 커지는 의구심

李,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대응 고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16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미국의 반도체 투자 압박이 개별 기업을 넘어 정부 간 통상 문제와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응 방안을 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가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탓이다. 미국이 국경을 맞댄 최우방국인 캐나다와의 '관세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정도로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최대한 지켜낼 수 있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이 지난달 9일(현지 시간) 뉴욕주 클레이 타운의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힌 이후 미국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지난해 체결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하고 있다. 정부는 9월 중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8월 말 혹은 9월 초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양국 정상 간 합의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라, 2029년 1월까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첫 번째 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미국 측과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첫 번째 대미 투자는 에너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이틀 동안 담판을 벌인 뒤인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이제 와서 다른 분야로 바꿔 일정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에너지 분야로 생각하고 있고, 그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러트닉 장관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구체적인 속내나 요구 조건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의구심은 커지는 분위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재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미 투자 관련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별도 만남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손에 쥐기를 원하는 만큼, 대미 투자 속도를 빠르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25%였던 관세를 15%로 낮춘 합의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이행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협상이 더뎌질 경우 관세 원상복구 카드가 다시 압박용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미 투자를 빠르게 시행하는 가장 중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원한다. 일단 1차 대미 투자 사업이 구체화되면, 미국의 통상 압박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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