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 이번주 순차 회동 추진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이후 한 달 만
지지율 최저치 국면 속 산업 어젠다 재점화
"국면 전환용 카드? 강성 노선 조정부터"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SK·현대차그룹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며 국내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다.
2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찬을 한 데 이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의 가장 큰 현안은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중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최 회장, 이 회장과 공식 회동을 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재계 총수들을 함께 만나는 등 기업과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 대응도 이번 회동의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20일 최 회장과의 만찬 당시에도 대미투자 프로젝트에 반도체를 포함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설이 배경으로 거론된 바 있다. 다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방미 결과를 전하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대화에서 반도체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번 재계 총수 연쇄 회동에서 이 같은 정부 공식 입장과 실제 논의 내용 사이 온도차가 있는지도 관심사다.
국내 재계 총수와 '민관 원팀'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2~24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8.9%로 취임 후 처음 40%선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산 정책 논란과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겹치며 지지율이 밀리는 가운데, 산업·경제 어젠다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다만 실제로 지지율 반등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재계 총수들과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자주 만났고, 해외 순방에도 여러 번 함께 다녔다"며 "지난번 AI 관련 메가프로젝트로 호남 클러스터 조성을 이미 발표한 상황에서 그 이상으로 특별한 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발표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보다 더 큰 카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임기 초반에 이미 큰 카드를 다 써버린 상황"이라며 "지지율 반등의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 않다 보니 비슷한 카드를 계속 꺼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이번 만남은 오래전부터 예정됐던 거 아닌가. 지금 지지율이 계속 빠지는 상황이라 앞으로 미래 먹거리(3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산업)를 계속 챙길 수밖에 없는 일상적 연속"이라고 말했다. 또 "주52시간 근무제나 노란봉투법 개정 문제가 나온다면 정치적 파장과 지지율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 25일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당내 화합을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다른 점을 찾으면 끝이 없다. 또 같은 점을 찾으면 가까워질 수 있다"며 "한배를 타고 난 쌍둥이조차도 서로 다르다. 그런데 다른 점을 찾아내기 시작하면 원수의 길로 갈 것이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우애 있는 형제가 된다"고 했다. 이날 만찬은 지난 19일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송영길 후보를 초청한 화합 만찬 이후 엿새 만에 다시 마련된 자리였다. 구체적 인물이나 상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지지율 상황과 당 분열을 연결지어 반등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훈 평론가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급선무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후속 수습 △추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 △당내 갈등 해소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서는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사안이 부동산 문제보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지지율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로 본다"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지지율 반등을 위한 과제로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당선 시 언급한 'ABC론' △Affordability먹고 사는 민생정치 △Broadening 크고 넓은 확장 정치 △Competence 유능한 정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한미 간 여러 동맹을 둘러싼 갈등과 대북정책 문제, 대법관 제청 문제 등 강성 기류가 강경 노선만 바라보고 있다"며 "인식을 바꾸려면 보완수사권 문제부터 수정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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