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25일 오전 임금교섭 잠정합의
기본급 10만원, 성과금 400%+1270만원으로 상향
총 60시간 파업…생산차질 5만여대·매출차질 2.3조 추산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불사한 현대자동차 노사의 111일간 줄다리기가 끝을 향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거치며 사측의 제시안을 끌어올리고 신규채용과 정년연장 대비책 등 비임금 분야에서도 성과를 챙겼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은 수차례 멈춰 섰고 현대차가 감수해야 할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노조가 얻어낸 ‘성과’와 회사가 치른 ‘비용’을 놓고 올해 임금협상의 손익계산서가 엇갈릴 전망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울산공장에서 진행한 제17차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1270만원, 자사주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계휴가비도 기존보다 2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오는 31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임금협상은 최종 타결된다.
올해 교섭 과정을 되짚어보면 노조가 파업을 거치며 사측으로부터 추가로 얻어낸 몫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측이 지난달 2일 처음 내놓은 임금성 제시안은 기본급 7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900만원, 자사주 10주였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사측은 7일 기본급 8만4000원, 성과금 350%+950만원, 자사주 12주로 조건을 높였다. 이튿날에는 기본급 8만9000원, 성과금 350%+1000만원, 자사주 15주를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다.
이후 파업과 교섭 중단·재개가 반복되면서 제시안은 단계적으로 올라갔다. 잠정합의 직전인 24일 사측은 4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9만8000원, 성과금 400%+1200만원, 자사주 15주, 디지털온누리상품권 20만원을 제시했다. 노조가 추가 제시를 요구하면서 최종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10만원, 성과금 400%+1270만원, 자사주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으로 조정됐다.
최초 제시안과 최종 잠정합의안을 비교하면 기본급 인상폭은 7만9000원에서 10만원으로 2만1000원 늘었다. 성과금은 350%에서 400%로 50%포인트 높아졌고 일시금은 900만원에서 1270만원으로 370만원 증가했다. 자사주도 10주에서 15주로 5주 늘었다.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에 따른 임금성 총액을 3480만원, 임금 인상효과를 4084만원으로 산정했다. 1만원 기본급 인상에 따른 연간 효과 60만원과 성과금 100%를 383만원으로 계산하고 주식 가격 상승분 등을 반영한 수치다.
다만 노조의 최초 요구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은 4만9600원 적고,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 역시 그대로 관철되지는 않았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임금성 합의 규모가 특별히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격려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지급 등에 합의했다. 올해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인상폭은 지난해와 같지만 성과금 비율과 현금, 주식 지급 규모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노조가 챙긴 성과는 오히려 임금 밖에서 두드러진다. 올해 협상이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치달은 데는 임금 외 요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신규채용이다. 현장 인력 선순환을 위해 2년에 걸쳐 총 500명을 신규채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2027년 하반기 핵심 기술 직무 인력을 포함해 200명을 뽑고 2028년 3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정년연장 문제에서도 절충점을 찾았다. 당장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데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정년연장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이를 적용하되 현행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잠정합의안에 담았다. 노조가 요구했던 즉각적인 정년 65세 연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법제화에 대비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노조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도 정리했다. 노조가 공개한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회사는 관련 손해배상·가압류 10건, 총 213억7000만원을 철회하고 시효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월1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합의에 이르기까지 치른 비용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3일 첫 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20일까지 14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1일에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올해 누적 파업시간은 60시간에 달하며, 오전·오후 근무조가 각각 파업하면서 실제 생산라인 중단시간은 120시간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파업과 주말특근 거부 등으로 현대차가 생산하지 못한 차량이 5만5000여대, 이에 따른 매출차질은 2조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방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생산차질까지 떠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1일 잠정합의안을 놓고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치달았던 올해 임금교섭도 최종 마무리된다.
다만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과거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재교섭을 통해 추가 보상을 얹은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찬성률이 52.9%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긴 데다, 올해는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벌였음에도 성과금과 주식 등 임금성 보상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거치면서 사측의 최초 제시안보다 임금과 성과급을 끌어올리고 고용 관련 요구에서도 일부 성과를 얻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이어지며 발생한 생산차질을 고려하면 노사 모두 상당한 비용을 치른 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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