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 대법관 후보자 제청…대통령 면담 관례 깨
법조계 "사전 조율 지나칠 경우 대법관 인선 부당 개입 우려…사법 독립 침해"
"서면 제청, 헌법 및 법률상 아무런 하자 없어…적법하고 유효한 권한 행사"
조희대 대법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 2명을 임명제청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면 협의를 거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후보자를 조율한 뒤 제청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조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두 후보에 대한 제청은 서면으로 이뤄졌다.
헌법 제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대법관 후보자를 누구로 제청할지는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다만 역대 대법원장들은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자를 조율한 뒤 제청하는 방식으로 인선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관례가 깨진 배경으로는 노 전 대법관 후임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의견 차이가 거론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민기 당시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최종 후보를 놓고 상당 기간 협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뒤에도 후임 대법관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았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특히 청와대는 김민기 판사를, 조 대법원장은 박순영 판사를 적임자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양측이 당초 거론했던 후보가 아닌 손 부장판사를 최종 제청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최종 제청 과정에서 대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청와대와 협의 없이 제청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며 국회 동의안 부결을 주장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조 대법원장이 오랜 기간 제청을 미룬 뒤 청와대와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했다며 탄핵 검토까지 거론했다.
반면 법적으로는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헌법이나 법률상 의무인지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협의해 온 것은 어디까지나 관례에 해당하고, 헌법상 제청권 자체는 대법원장에게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제청을 둘러싼 핵심은 양측의 협의가 장기간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제청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있다.
조 대법원장은 19일 오전 출근길에선 이번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와 조율이 이뤄졌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유지해 온 대법관 인선 협의가 후보자를 둘러싼 이견 속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 대신 제청권 행사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나 조율'을 규정한 조항은 없다. 역대 정부에서는 정무적 차원에서 제청 전 대법원장과 대통령실 간에 물밑 조율을 거쳐 후보군을 좁히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며 "그러나 사전 조율이 지나칠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항상 지적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기관 간의 공식적인 제청은 본래 공문서를 전달함으로써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공적 의사표시로 대면 의무가 없고 제청권 행사의 필수 성립 요건이 아니다"며 "서면 제청은 헌법 및 법률상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적법하고 유효한 권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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