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20~21일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 선언
임협 갈등에 하청 원청교섭 요구까지 한 전선으로
부품사 원가절감·정년 연장까지…노무 부담 '겹겹'
금속노조 주요 지부장들이 19일 오전 민주노총 15층에서 공동 파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0년 만의 전면파업을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최대 9만 명의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선언했다. 현대차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완성차 파업에 그치지 않고, 올 초부터 이어져 온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교섭 요구까지 하나의 파업 전선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해 온 하청 노동자들이 완성차·부품사와 함께 일손을 놓으면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21일 이틀간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규모는 총 8만~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날 현대차 노조가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전면파업을 결정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완성차와 부품사, 하청 노동자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공동파업을 발표한 것이다.
파업은 자동차 공급망을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20일에는 자동차 부품사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조별 4시간 이상 파업한다. 이튿날인 21일에는 현대차 등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완성차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공동파업 일정에 따라 교대근무조별 6시간 이상 일손을 놓는다.
특히 부품사 파업에 이어 완성차 노조가 파업하면서 완성차 생산라인이 이틀 연속 멈춰선다는 점이 주목된다. 완성차 한 대에는 2만~3만개의 부품이 투입되는 만큼 일부 핵심 부품 공급만 중단돼도 조립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금속노조는 이같은 '교차파업'을 통해 공급망 최정점에 있는 완성차 업체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동파업에서 주목되는 하청업체들의 '원청교섭' 요구가 완성차 파업과 한데 묶였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대차 등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해 왔다.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게 되면서 원청교섭 문제는 올해 자동차업계의 핵심 노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자동차 업종 노동자는 2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약 80%가 현대차그룹 관련 사업장에 속해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노동위원회에서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현대차 하청노조 10곳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에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실제 교섭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원청교섭 문제가 이번 공동파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실질 지배력을 가진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법으로 명문화됐음에도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원청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거부하고 교섭에 불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품사 노조는 현대차가 모듈·직서열 부품사를 대상으로 2027년까지 최대 20% 수준의 원가절감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가절감 목표 달성률에 따라 물량 배정과 입찰 자격을 차별하는 '페널티' 도입까지 운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영업이익률이 2~3%에 불과한 2·3차 부품사까지 원가절감 부담이 전가될 경우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년 연장도 공동 요구에 포함됐다. 금속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시점과 법정 정년 사이의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공장 자동화와 로봇 도입 등에 따른 생산인력 감소에 대응해 숙련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로서는 노사 갈등의 전선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당장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불러온 정규직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본격화한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교섭 요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부품사 노동자들이 원가절감 압박에 반발하며 공동파업에 합류하면서 생산 공급망 전반의 노무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그동안 정규직 임금협상과 하청 원청교섭, 부품사 원가절감 문제는 각각 별개의 갈등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20~21일 공동파업을 계기로 이들 요구가 동시에 현대차그룹을 향하면서 사측이 상대해야 할 전선도 넓어졌다. 특히 부품사와 하청에 이어 완성차까지 연쇄적으로 파업에 나서는 만큼, 교섭 부담을 넘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공동파업이 이틀 간의 일회성 파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속노조는 20~21일 공동파업 이후에도 사측과 정부가 원청교섭과 부품사 문제, 정년 연장 등 핵심 요구에 별다른 응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다음 주 추가 파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5일을 전후해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추가 쟁의 일정과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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