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평행선 끝에 '일방통행'…민주당, 18개 상임위 강행 카드 만지작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6.29 23:30  수정 2026.06.29 23:30

여야 지도부 2+2 협상 끝내 무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 비상대기

국힘, 국회의장에 본회의 보류 요청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를 끝내 풀지 못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원구성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하며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오는 30일 본회의를 통한 원구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져와 원구성을 강행하는 카드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리며 신속한 국회 가동을 예고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 명단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며 "내일까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은 비상 대기하며 원 구성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 이달 내에 후반기 원 구성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당장 눈앞에 닥친 여러 경제·사회적 현안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국회 공백을 좌시할 수 없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한 직무대행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어서 국민 뵐 면목이 없다"며 "지난 11일부터 오늘까지 무려 12차례 만났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생 파업을 선언한다면 민주당은 집권여당이자 1당으로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내일을 넘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쇄신 의지를 덧붙였다.


이처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다음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으나, 구체적인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에서도 내일 상임위원장은 반드시 선출하겠다, 7월부터 국회를 반드시 정상 가동한다는 결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지도부에 위임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18개 전부 가져온다는 것이 논의돼 의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상 가동 국회를 만든다는 원칙의 구현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그중 어떤 것이 회의에서 채택되거나 결의된 것은 없다"고 설명해 공식적인 결정 단계는 아님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강경 기류는 더욱 짙어졌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님들 대다수 의견이 법사위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3선 의원들도 상임위원장 자리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협상에 임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법사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당내 분위기를 시사한 것이다.


이같은 기류를 바탕으로 이어진 여야 2대2 원내지도부 협상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회동 직후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여전히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못하면 내일 본회의를 열어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법사위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원님들의 간절하고 절박한 외침이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강행하려면 다 가져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 내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의 입법 독재가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국회의장께 내일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이후 민주당도 즉각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 직무대행은 "실망스럽게도 똑같이 법사위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미 결심이 섰고 결단했다"고 밝혔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내일은 현재 국회 마비 상태를 종식하고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꼭 본회의가 소집돼 국회의장이 상정한 상임위원 명단에 따라 상임위원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석수 비율에 따른 '11 대 7' 배분안과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지도부가 최종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한 직무대행은 데일리안에 의총에서 언급된 11 대 7 배분과 관련해 "협상은 안 되는데 그냥 11 대 7은 의석수 배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고, 7개의 상임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며 여전히 핵심 쟁점인 법사위 때문에 협상 자체가 막혀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최종 태도와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내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우선 확보 가능한 상임위원장부터 선출하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언젠가는 타협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일단 자신들이 원래 계산에 따라서 가져가기로 돼 있는 상임위원장부터 선출할 것 같고, 그 이후에 국민의힘에 계속 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의 전략에 대해서도 "법사위원장을 갖고 올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 국민의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임위원장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협상을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일 수 있다"며 국민의힘 역시 향후 다른 주요 상임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러한 협상 국면은 지난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당시의 흐름과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은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하며 국회를 가동한 바 있다.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하는 진통 끝에 일부 상임위부터 구성한 뒤, 추후 잔여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이어갔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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