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 상대 '대장동 포기 비판' 강등 취소 소송 승소
법원 "소명 없는 하위 전보는 명백한 인사권 일탈·남용"
정유미 검사장.ⓒ뉴시스
정유미 검사장은 '할 말은 하는' 검사로 통했다. 추미애 장관 시절엔 직제개편을 공개 비판했다가 좌천됐고,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했다가 또 좌천됐다. 그런데 그 좌천 인사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정 검사장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명 기회도 없이 하위 보직으로 밀어낸 것은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관행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인사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자발적 사직을 유도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유미 검사장은 1972년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30기로 2001년 검사에 임용된 뒤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천안지청장을 거쳐 2023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2020년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직제개편안에 "일선 형사·공판 업무의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이냐"며 공개 비판했다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으로 좌천됐다. 2024년 5월 창원지검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총괄했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2025년 7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좌천됐다.
결정적 전환점은 그해 11월이었다. 대장동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정 검사장은 내부망(이프로스)에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대장동 일당은 1심에서 징역 4~8년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추징금은 515억원에 그쳤고, 항소 포기로 수천억원의 부당이익 환수 길도 막혔다는 비판이 나오던 터였다.
법무부는 한 달 뒤인 12월 정 검사장에게 검사장 보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차장·부장검사급)로 사실상 강등 인사 발령을 냈다. 검사장이 고검 검사급으로 강등된 사례는 2007년 권태호 전 검사장이 유일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 검사장은 곧바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집행정지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검사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되므로 고검 검사 발령이 국가공무원법상 '강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소명 기회도 없이 하위 보직으로 전보시킨 것은 인사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가 주장한 명태균 사건 부실 수사 의혹도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판결 직후 정성호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법원에서 위법이 인정된 보복성 인사 조치를 주도한 정 장관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했고,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소신파 검사를 보복하고 찍어누르려 했던 검찰 장악 시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라고 가세했다.
정 장관은 앞서 항소 포기 이유로 '성공한 수사와 재판'을 내세웠지만 이후 대장동 사건을 재조사하는 검찰미래위원회를 발족했고, 여당은 수사 검사들을 국정조사로 압박하며 공소취소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정 검사장이 선고 직후 이프로스 게시글 전문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추가 파장도 예상된다.
검찰청 폐지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터진 이번 판결은 검찰 내부 비판자에 대한 인사권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무부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소송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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