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서 원고승소 판결
"매우 이례적 전보 인사…원고 자발적 사직 유도한 것으로 보여"
법조계 "정말 문제 있었다면 정식으로 절차 밟아 소명 기회 주고 징계 내렸어야"
"향후 인사이동 명목 '사실상 강등' 경우에도 엄격한 이유 있어야 할 것"
정유미 검사장(대전고검 검사)ⓒ연합뉴스
이른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비판한 정유미 검사장을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한 법무부 인사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정 검사장의 행동이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정식으로 검사 징계 절차를 밟아 소명 기회를 주고 징계를 내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이날 정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검찰 인사 관행상 매우 이례적인 전보인사"라며 "법무부는 정 검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인사 명령 처분을 했는데, 그동안의 검찰 인사 실무 및 관행에 비춰 보면 법무부가 의도한 것은 정 검사장의 자발적인 사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검사장에 대한 인사 처분이 징계에는 해당하지 않아 징계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 사직을 유도할 정도의 침익적인 처분이므로 정 검사장에게 미리 이를 통지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며 "검사 징계 절차 또는 사전통지 절차, 의견제출 절차 등을 사실상 잠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명태균 공천 개입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이 대검찰청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당시 창원지검장이었던 정 검사장이 피의자로 적시돼 있었다는 법무부의 인사 처분 이유도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정 검사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는 처분"이라며 "정 검사장의 잘못이 상당 부분 객관적 사실로 확인돼야 하는데, 언론이나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됐다거나 정 검사장이 피의자로 적시된 것만으로는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연합뉴스
다만 재판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에게는 강등의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정 검사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돼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들의 직위를 변경하는 인사발령 처분은 모두 동일한 직급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 검사장이 이 사건 인사 처분으로 인해 3개월간 검사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거나 그 기간 중 보수 전액이 감액되는 것도 아니므로 강등 또는 사실상 강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정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던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그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 내부망 등에서 대검찰청과 법무부 지휘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 검사장이 대검검사(검사장급)에서 고검검사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당시 "(정 검사장은)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당시 인사에 대해 법원이 정식 징계나 사전통지, 의견 제출 절차를 사실상 잠탈한 침익적 처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무부는 당시 정 검사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나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내부망에 비판 글을 올리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며 "만약 정 검사장의 행동이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정식으로 검사 징계 절차를 밟아 소명 기회를 주고 징계를 내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법무부는 징계 절차 없이 그냥 검사장급 보직에서 차장·부장검사급 보직으로 발령을 내버린 건데, 법원은 이를 두고 정식 징계나 사전통지, 의견 제출 절차를 사실상 잠탈한 침익적 처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재판부에서 판단하기에는 (정 검사장에 대한 인사가)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니라 사실상 강등이고, 강등처분을 한 이유가 항소포기를 비판한 부분 외에는 없다고 본 것 같다"면서 "향후 인사이동을 명목으로 한 '사실상 강등'의 경우에도 강등처분과 같은 엄격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