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6억·DX 600만원' 삼성 임협 가결... 보상 격차·주주 공방 불씨 (종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7 11:22  수정 2026.05.27 16:01

찬성률 73.7%로 잠정합의안 통과…총파업 리스크 일단 해소

초기업노조 80.6% 찬성, 전삼노 21.1%…표심은 극명하게 갈려

DX 반발·주주권 공방·성과급 도미노 등 유무형 후폭풍 과제

ⓒ데일리안DB

삼성전자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해소됐다. 반도체 생산 차질 시 최대 100조원대 피해까지 거론됐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그러나 파업을 막은 대가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심의 성과급 합의안이 통과되면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비메모리 조직의 반발, 노조 간 대표성 논란, 주주권 공방, 계열사·재계 전반의 성과급 도미노 우려가 투표 이후의 비용으로 남게 됐다.


27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전체 투표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95.5%다. 찬성표는 4만6142표, 반대표는 1만6474표로 집계됐으며 찬성률은 73.7%를 기록했다. 조합원 과반 참여와 투표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서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됐다.


이번 가결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상견례 이후 160여일간 이어온 임금협상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11시 사측과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한다.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치달았던 노사 대치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제공
극명하게 갈린 표심, 초기업 80% vs 전삼노 21%


다만 투표 결과를 뜯어보면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투표 재적 5만7332명 가운데 5만5333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96.5%를 기록했다. 찬성은 4만4606표, 반대는 1만727표로 찬성률은 80.6%였다.


반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재적 8261명 중 7283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89.0%를 기록했지만, 찬성은 1536표에 그쳤다. 반대는 5747표로 찬성률은 21.1%에 불과했다. 전체 합의안은 통과됐지만, 노조별·사업부별 온도차가 적지 않다는 점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평균 임금 6.2% 인상,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주택자금 대출제도 등을 담고 있다. 핵심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유지하되 DS 부문에 별도 특별성과급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DS 부문 사업성과를 산식에 대입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자사주로 지급되는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5000만원과 연봉 50% 상한의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5000만원을 더해 총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특별경영성과급 약 1억6000만원과 OPI 5000만원을 합쳐 약 2억1000만원 수준의 보상이 예상된다.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에 그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결을 두고 DS 부문 조합원 비중이 큰 표 구조와 특별경영성과급 수혜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남은 문제는, 내부 갈등과 외부 시장 혼란

문제는 합의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내부 갈등까지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투표는 DS 조합원 비중이 큰 구조 속에서 DS 특별경영성과급을 확정한 성격이 강하다. 메모리사업부에는 최대 6억원 안팎의 보상이 예상되는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비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전체 임협이 아니라 DS 성과급 합의안 아니냐"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 내부 갈등도 남아 있다. DX 부문 직원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전날 수원지법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공동교섭 과정에서 DX 부문 조합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이유로 투표권을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가처분 첫 심문은 오는 29일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는 잠정합의안 자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밖에서는 주주단체의 문제 제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주주단체는 영업이익 등 회사 성과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구조가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과급은 임금협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회사 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합의로 배분하는 구조는 주주권과 이익 처분 절차를 건드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주주단체는 주주명부 열람과 주주서한 발송, 향후 법적 대응 검토 등을 추진 중이다.


재계도 이번 합의가 다른 사업장과 계열사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제조기업이자 삼성그룹 보상 체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이 제도화되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방산 등 고성과 업종으로 영업성과 연동형 보상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과만 놓고 보면 총파업 리스크는 낮아졌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걷혔지만 표심을 보면 갈등의 무게중심이 투표 이후로 옮겨간 듯 하다"며 "삼성전자가 앞으로 치러야 할 내부 통합 비용, 주주 설득 비용, 재계 선례 비용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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