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 연합뉴스
북한 여자 축구 클럽으로는 사상 최초로 한국 땅을 밟은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수원FC 위민과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철저한 ‘마이웨이’ 행보를 선언했다.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일 경기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면 비교적 준비가 괜찮다고 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고 수원FC 위민과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매치는 단순한 클럽 대항전을 넘어 스포츠 안팎의 엄청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2018년 12월 인천 탁구 대회 이후 8년 만이며, 축구 종목으로만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의 방남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대표가 아닌 민간 클럽팀의 방한은 역사상 최초다.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국내 민간단체들이 결성한 3000여 명 규모의 '공동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아 남북 두 팀을 동시에 응원할 예정이다. 통일부 역시 남북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예산 지원을 결정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장외의 뜨거운 연출에도 북측 선수단은 시종일관 얼음장처럼 차분했다. 리유일 감독은 공동 응원단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여기에 철저히 경기를 하러 온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게 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감독 모두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외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철저하게 승부 그 자체에만 몰두하겠다는 베테랑 사령탑다운 냉철함이었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 연합뉴스
실제로 리유일 감독은 북한 여자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베테랑 지도자다. 과거 북한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던 그는, 내고향을 이끌고 군소속 강팀인 4·25팀을 꺾으며 창단 10년 만인 2022년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려 북한 선정 '최우수 감독'에 뽑힌 바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북한의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일궈냈던 전설적인 골키퍼 리찬명의 아들이라는 사실.
여기에 수원FC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타깃은 기자회견에 동석한 핵심 공격수 김경영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김경영은 이미 한국 축구에 트라우마를 안겼던 '천적'이다. 지난 2017년 AFC U-17 여자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국을 상대로 추가골을 터뜨려 우승을 빼앗아 갔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페닐티킥 쐐기골을 박아 넣으며 4-1 대승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김경영 역시 "중요한 경기인 만큼 주장으로서, 공격수로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민과 부모 형제들의 기대에 전력으로 보답하겠다"고 차분하지만 뼈 있는 각오를 던졌다.
두 팀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어 내고향이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준결승은 완전히 다른 무대다. 리유일 감독은 조별리그 대승에 따른 유불리를 묻는 질문에 "준결승에 오른 4개 팀은 모두 일등을 할 수 있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들"이라며 "조별리그에서 만났다고 해서 누가 강하고 약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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