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WS
대한민국 프로레슬링의 암흑기를 깰 PWS(Pro Wrestling Society)가 대형 이벤트 ‘레슬네이션 2’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또 한 번 잠재력을 증명했다.
과거 한국 프로레슬링이 이왕표 세대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과 달리, PWS는 현대적인 북미식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극 도입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사실 PWS는 2018년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경기도 평택의 작은 체육관이나 야외 가설 링을 전전하며 소수의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던 단체였다. 그러나 조경호, 시호 등 국내 최정상급 레슬러들의 헌신과 해외 유명 인디 레슬러들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경기력을 축적해 왔고, 점차 자생력을 갖춘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단순한 경기력 보여주기를 넘어 선수 고유의 캐릭터 구축과 탄탄한 대립 서사(스토리라인)에 집중한 전략은 마침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 흥행의 정점은 다름 아닌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짜릿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개최된 '레슬네이션 2' 현장에서는 3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자아도취’ 악당 캐릭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시호와 전 농구 국가대표 출신 거인 하승진의 돌발 충돌이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날 링에 오른 시호는 오프닝부터 관중을 향해 뻔뻔한 조롱을 쏟아내며 거센 야유를 한 몸에 받았다. 그의 폭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링 사이드 1열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개그맨 유세윤에게로 향했다. 시호는 마이크를 잡고 "내가 작년에 장성규 뺨도 때렸다. 개그맨이라고 못 때릴 것 같냐"며 위협한 데 이어, "너의 그 표정이 싫다. 15년 동안 널 보고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장동민이 훨씬 재밌다"며 거침없는 독설을 날려 현장을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채웠다.
악당의 기세가 절정에 달한 순간, 221cm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하승진이 깜짝 등장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예기치 못한 '거인'의 등장에 KBS 아레나는 터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가볍게 링을 타넘고 들어온 하승진은 시호를 내려다보며 "우리 같은 스포츠 선수는 팬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넌 왜 이렇게 건방지냐"며 호통을 쳤다. 발끈한 시호가 기습 주먹을 휘둘렀지만, 하승진은 긴 팔을 이용해 시호의 머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루듯, 압도적인 리치 차이 때문에 허공에 주먹을 휘적거리는 시호의 굴욕적인 모습은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결국 하승진의 가벼운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려 링 밖으로 줄행랑을 친 시호의 모습은 팬들에게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했다. 악당을 쫓아낸 하승진은 유세윤 및 팬들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남자가 얼마나 강력한지 럼블 매치에서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선언해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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