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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다음 정부 걱정할 자격 있는가?


입력 2021.05.11 08:30 수정 2021.05.11 07:43        데스크 (desk@dailian.co.kr)

인사청문회 문제점 있으나 내로남불 여과 장치로 필요악

박준영 컬렉션 밀수, 거짓말은 청문회 위력 보여 준 사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통령 문재인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능력보다는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 식 인사청문회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괜찮다. 다음 정부에서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꼭 돼야 한다.”


그에게 묻고 싶다.


“집권하지 않았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는가?”


문재인을 비롯한 집권 민주당과 진보좌파 지지자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중앙일보 전 주필 문창극이 KBS의 ‘악마의 편집’에 의해 친일파로 찍혀 ‘통쾌하게’ 낙마했던 사실을.


이때 문재인과 민주당 의원들은 독립운동 가문의 문창극에 대해 무안 주기를 넘어 정신이상자 취급을 하며 공격했다. 이것은 수많은, 청문회를 이용한 대선 불복과 정권 흠집 내기 시도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 시도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


그런데도 필자는 한국 국회 인사청문회의 여과 기능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본다. 일종의 필요악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 그렇다. 지명하는 사람마다 약속이나 한 듯 공통적인 결격 사유가 있고,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의 정책 비전과 실행 능력만 따져서 임명하자는 건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반대하고 비판 여론이 빗발쳐도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면 그만이다. 문재인은 이미 29명을 그렇게 해왔다. 그래도 청문회는 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그런 문제 있는 사람들이고 임명권자가 그런 이들을 골랐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기록에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국정상황실장 출신의 민주당 의원 윤건영은 “빌 게이츠도 한국에서는 장관을 못 한다”고 신상털이 식 청문회 문제점을 말했다. 아니다, 빌 게이츠는 “잘 살아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여야 만장일치로 청문회를 통과한 고용노동부 장관 안경덕 보다 더 많은 극찬 속에 청문회 고개를 간단히 넘을 것이다.


문제는 청문회 제도나 언론의 폭로 보도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의혹투성이 장관 후보들에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위력적이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장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벌벌 떨고 미리 조심하는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은 이번 개각 명단 중에 3인이 특히 문제가 많다고 보고 이들을 ‘절대 불가자’로 지목했다. 임혜숙 과기부, 박준영 해수부, 노형욱 국토부 후보들이 그들이다. 두 명은 위장 전입, 다운 계약, 논문 표절 등 전형적인 부적격 ‘전과’가 드러났고, 한 명은 색다른 문제 행위를 해 화제가 됐다.


그 이색 비리 후보자이자 청문회 위력에 의해 드러난 박준영 사례를 한번 보자.


필자도 해외연수 경험을 해보았지만, 단기간 선진국에서 근무나 연수를 하는 가족들은 대부분 아이들 영어가 조금이라도 더 늘게 하기 위해서 같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산교육을 위해 여행도 부지런히 다닌다. 문제는 여유가 좀 더 있는 사람들의 행태이다. 부자여서(돈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가져온 돈이 많거나 정부, 본사에서 입금되는 봉급과 특별 수당이 풍족한 사람들은 공부나 일보다는 골프와 쇼핑을 정말 미친 듯이 한다.


박준영 부인은 언론에 보도된, ‘내가 미쳤어’라고 스스로 놀란 도자기 쇼핑 규모로 보아 이 경우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약 1000점 중 일부를 보여 준 사진은 어느 고분에서 출토된 보물들을 펼쳐 놓은 모양이다.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사들인 것이다. 자기 돈으로만 샀다면 이것은 뭐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녀와 남편의 거짓말이 문제다.


야당 의원(국민의힘 김선교)의 제보로 언론에 폭로되자 그들은 ‘벼룩시장에서 산 중고 생활용품’이라고 말했다. 박준영은 이 거짓말 하나로 장관 자격을 깨끗이 박탈당했다.


‘박준영 컬렉션’을 일별하고 브랜드를 좍 낀, 한 여성 아마추어 전문가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고발했다.


“사진을 보니 주로 영국의 로열 덜튼사와 웨지우드사의 제품이더군요. 저는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영국 왕실은 물론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들이나 그 후손들이 다른 유럽의 왕실에 시집을 갈 때 운명을 같이한 도자기들입니다.”


영국 왕실이나 귀족들 식탁에 오르는 도자기를 벼룩시장의 중고라고 얼버무린 박준영 부부의 얼굴색이 이 글을 읽고 어떻게 변했을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참고로, 윗글 필자에 따르면 ‘미친 듯이’ 쇼핑하는 한국 주재원 부인들은 중고를 사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명품 구입이기 때문이다. 명품이란 당연히 새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박준영 가족의 잘못은 이 컬렉션을 귀국할 때 외교관 이삿짐(박준영은 3년간 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으로 꾸려 아무런 제재 없이 불법으로 들여왔고, 이 물건들을 또 신고도 하지 않고 팔아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살림에 쓰기 위해 남이 쓰던 것을 사 왔던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박준영 아내는 귀국 후 카페를 개업했다는 것으로 보아 밀수보다는 그 가게 실내장식 용도로 미리 계획하고 구입했을 것이라고 봐줄 수는 있다. 이 부부는 아파트 한 채가 있는데도 신고 재산이 2억원이 채 안 된다. 공직자가 빚이 많은 것도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의 억울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다. 좋은 전통과 의식은 지키고 계승해야 한다. 한국에서 부인의 일탈은 곧 남편의 일탈이다. 부인 단속잘못한 걸 인정하고 남편이 공동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청문회 탓을 하며 이 부부의 밀수와 거짓말은 두둔하고 싶어 한다. 청문회 아니면 고위 공직자들의 위선, 범죄 행위를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사람들을 발탁한 그는 다음 정부 걱정을 할 자격이 없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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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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