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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일곱장의 편지’에 담긴 시간의 무게, 그리고 사라짐


입력 2021.03.30 15:52 수정 2021.03.30 15:5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조소희 개인전, 4월 24일까지 비트리 갤러리

ⓒ비트리갤러리 ⓒ비트리갤러리

조소희 작가의 개인전 ‘일흔일곱장의 편지’가 비트리 갤러리에서 내달 24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Letters_Life Project’를 통해 평생에 걸쳐 매일 1~2장의 편지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편지의 내용은 일상적인 문구부터 시대적인 문제까지도 담고 있다. 2003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편지’가 근래에 1만장에 도달했고, 축적된 편지들은 작가의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익명의 사람들에게 발송 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모든 존재의 의미가 그것의 사라짐으로써 온전해지는 것처럼, 작품 ‘편지’도 사라짐에 도달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인생 작업 ‘편지’ 역시 시간을 따르는 반복적인 행위와 축적의 무게를 거쳐 그 이후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텅 빈 상태까지 포함하는 ‘시간-이미지’가 된다.


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얇은 종이 한 장 위에 하루에 한 단어, 때론 두 세 음절 정도의 단어를 반복해서 타이핑 한다. 글자의 의미는 일상적인 것부터 관념적인 단어까지 날마다 다양하다.


작가는 ‘시간-이미지’가 그 지속의 과정과 함께 열린 은유가 되어 언어가 소실되고 의미가 침묵하는 텅 빈 순간이 도래하는 것을 기대한다. 한 줌의 ‘앎’과 열린 가능성으로서의 ‘모름’의 공간, 다시 말해 이미지가 그 자체로 은유되는 여백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조소희 작가가 만드는 ‘시간-이미지’이다.


이번 전시에서 조소희 작가는 특별히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를 겪는 우리에게 편지의 문구를 통해 77개의 사소하지만 위트 있는 일상의 일을 제안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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