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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성희롱 아닌가요?"…모호한 기준에 눈치보는 연예계


입력 2021.03.26 08:16 수정 2021.03.27 20: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헤이나래' 사과→박나래 하차→폐지

김민아 "표현의 자유" VS "성희롱" 의견 분분

제이, 2차례 성적 발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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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김민아, 데이식스 제이,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특히 박나래는 제작진 사과에 이어 하차, 프로그램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박나래의 이번 논란은 웃음으로 포장한 성적 발언이 철퇴를 맞은 하나의 사례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박나래 성희롱 논란의 시작은 스튜디오 와플 유튜브 채널 '헤이나래'에서 시작됐다. 박나래가 속옷만 입은 남자 인형을 만지며 성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었다. 또 인형 사타구니 쪽으로 팔을 밀어넣는 행동을 해 제작진이 인형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에 앞선 영상에서 남성 연예인을 지칭해 성적 농담을 건넨것까지 문제 삼아 논란이 더 커졌다. '헤이나래' 제작진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의 공분은 식지 않았고 결국 박나래 하차에 이어 '헤이나래' 폐지를 결정됐다. 박나래도 자필편지로 "앞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깊게 생각하겠다"고 사과했다.


'헤이나래'는 19금 유머에 능한 박나래와 키즈 유튜버 헤이지니가 함께 출연하는 웹 예능으로, 동심 강제 주입 리얼리티 예능이다. 프로그램 성격 상 '19금 대표' 박나래가 어느 정도 담당해야 할 영역이 있었지만, 문제는 15세 관람가로 성적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데이식스 제이는 게임방송 트위치에서 '러스트'(Rust)를 플레이 하는 중 다른 게이머를 향해 슈가대디라고 부르며 구강성교를 연상하게 하는 행동을 취했다. 슈가대디(Sugar Daddy)는 돈을 목적으로 타인과 교제하는 여성들에게 돈을 주는 남성을 뜻한다. 또 게임 속 아바타의 옷을 벗기기도 했다. 팬들이 항의하자 제이는 "문화차이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럼에도 비난이 계속되자 23일과 25일 트위터에 두 차례 사과글을 게시했다.


김민아는 두 번째 성희롱 논란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민아가 유튜브 채널 '왜냐맨하우스'에서 취미와 특기를 묻는 질문에 영화 '내부자들' 속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 패러디로 답했다. 이 장면은 전라 상태로 남성의 주요 부위를 이용해 폭탄주를 제조하는 신으로 김민아가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앞선 두 사례와 김민아를 한 카테고리에 함께 묶기에 모호한 지점이 있다.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이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유튜브에서 하나의 표현 방법인 패러디까지 성희롱으로 매도하는 것이 올바른지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김민아는 과거 유튜브 채널 '왓더빽 시즌2'에서 남자 중학생과의 대화 중 자위행위를 간접적으로 언급해 역풍을 맞고 자숙한 바 있다. 이 논란이 낙인이 돼 유독 김민아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유키카와 남성 출연자도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춤과 제스처를 했지만 김민아만 문제가 됐다.


성적인 농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므로 사회적 분위기에 걸맞게 대중이 예의주시하는 건 좋은 현상으로 보여진다. 박나래는 캐릭터 설정에 선을 넘었고, 제이는 문화차이만 강요할 뿐 역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자적작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 없이 보는 사람에 따라 성희롱으로 번지는 논란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고민해 볼 지점이다.


한 예능 관계자는 "김민아의 패러디는 논란될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예능에 출연해 19금 영화 '타짜', '친구' 등 패러디한 연예인이 있었지만 논란이 크게 된 적은 없었다. 무작정 김민아의 행동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성희롱이라기보단 본인의 과거를 잊고 센스가 모자랐던 처사다"라고 바라봤다.


예능 작가는 "발언의 수위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박나래의 언행이 도가 넘었다고는 생각했지만 '헤이나래'가 폐지까지 될 지 몰랐다. 제작진들은 개방된 젊은이들의 성의식에 맞게 웃음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각자의 기준이 달라 어디서 어떻게 논란이 될지 모른다. 표현의 수위에 대해 자체적으로 더 단속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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