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남한 '손절'인가 '손짓'인가…금강산 철거예고 북한, '우리식 건설' 강조


입력 2020.12.20 14:00 수정 2020.12.20 13:1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민족 명산, 인민위해 복무하는 명산될 것"

"너절한 南시설 들어내라"던 김정은 기조 재확인?

철거 문제로 南北 접촉 가능성도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전했다. ⓒ노동신문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남측 시설 철거를 예고했던 금강산 관광지구와 관련해 '우리(북한)식 개발'을 강조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방역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이 대내외 노선을 확정할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관련 보도는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통신은 김 총리가 이날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며 "명승지들을 개발하여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며, 인민들이 자연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를 통해 "총개발계획안이 작성된 데 맞게 개발사업의 선후차를 바로 정하고 세계적 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와 시공에서 주체적 건축사상과 건설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다"고도 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금강산 시찰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북측은 이후 시설 완전 철거 및 문서 협의를 남측에 요구했으며, 작년 12월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올해 2월까지 금강산 일대의 모든 남측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남측은 '대면 협의 및 일부 노후시설 정비' 입장을 고수하며 북측 통지문에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19 여파로 방역에 매진해야 했던 북한은 지난 1월 30일 금강산 시설 철거를 잠정 연기한다는 통보문을 보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南 시설물 철거 기조 유지 전망"
"철거이슈, 南北 접촉 계기될 것"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만약 북한이 남측 시설물을 자체적으로 철거하거나 남측에 철거를 압박하고 나설 경우 '보류'됐던 대남대적 사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금강산관광 남측 시설물 철거 논의가 코로나19로 중단된 이후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내각총리를 보내 어떻게 할 것인지 마무리 지으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우리(북한)식 건설을 예고하고 있다"며 "지난해 김정은 현지지도에서와 같이 의존적인 것은 제거하는, 남측 시설물 철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북한이 자체 개발 계획을 세운 뒤 "추후 (남측에) 시설물 철거를 다시 압박하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돌연 꺼낸 금강산 카드가 남측과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덕훈 내각총리의 금강산 현지시찰은 다소 의외로 비치는 행보"라며 "금강산 개발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도 못 하는 상황에서 금강산 개발에 시동을 거는 모습은 일단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본격적으로 금강산지역을 독자개발하기 위해서는 남측 노후 시설을 완전히 정비, 철거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에 남측과의 접촉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내년 초 적절한 시점에 금강산 시설 철거이슈가 남북 간 접촉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