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귀신 ‘가오나시’, 한국 ‘처녀귀신’ 닮은 꼴 분석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7.07.12 23:14  수정

가오나시, 처녀귀신…애정 결핍증 호소?

여름마다 되풀이 되는 화제가 처녀귀신이야기 시리즈다.

시집 못 간 게 천추의 한이 된 처녀귀신은 우리들에게 잠 못 드는 밤 무더위를 식혀 줄 귀중한 아이템중 하나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시골을 찾는다. 그리고 원두막 아래 둘러앉아 수박을 입에 물고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백년 묵은 처녀 귀신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가 처녀 귀신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기합(?)을 넣으면, 아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늘 예측하면서도 할아버지의 실감나는 이야기와 적막한 시골 풍경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기겁하고 만다. 아이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 덕분에 더위도 잊는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의 여름철 더위 극복 단골 소재가 시집 못간 처녀귀신 이야기면,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 높은 귀신은 누구일까.

일본귀신 가오나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오나시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했던 귀신이다.

가오나시란 얼굴 없는 귀신을 뜻한다. 최근 국내에서 얼굴 없는 ‘자유로 귀신’ 붐이 일어나는 것처럼, 일본에도 얼굴 없는 귀신 가오나시의 명성(?)이 자자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토대로 가오나시의 실체를 분석해보면 이 귀신은 존재자체가 불분명하다. 얼굴은 가면을 뒤집어썼지만 사실 가면 뒤엔 아무것도 없다.

또 가오나시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단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타 생명체를 먹으면 그들의 목소리를 이용할 수는 있다. 센과 치히로 행방불명 내에서는 인간과 개구리를 흡수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흉내 낸 바 있다.

가오나시는 대인관계(?)도 어려움이 많아 친구가 하나도 없다. 폐쇄적인 성격으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줄도 모르는 존재다.

이는 일본 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코모리를 비유한 듯하다. 히키코모리란 사회활동을 일체 거부한 채, 집안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많아 계속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친다.

가오나시 귀신은 히키코모리와 매우 닮아있다. 가오나시는 죽어서도 저승으로 초대받지 못해 인간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지만 오히려 인간들은 가오나시의 실체 불분명한 모습에 기겁하고 도망갈 수밖에 없다.

시집 못간 처녀 귀신이 총각들에게 달라붙는 것처럼 가오나시도 살아생전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된 듯 인간들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의 처녀귀신과 일본의 가오나시는 애정이 그리웠던 귀신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 애처로운 유령들 아닐까.

☞얼굴 없는 자유로귀신…진실인가 환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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