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드라마 번외편 시도 전무, 방송가 새로운 전례
급조된 대본-촉박한 일정, 용두사미 우려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번외편’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도입한 SBS 화제작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의 행보에 방송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채업자들의 세계를 조명하는 독특한 소재와 구성으로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던 <쩐의 전쟁>은 지난 5일 자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종영했으나, 미처 축배를 들 시간도 없이 곧바로 이번 주 방영될 ‘번외편’ 제작에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그동안 속편이나 간접적인 시즌제같은 전례는 있었지만, 본편의 스토리와 떨어져서 별개의 구성을 취하는 번외편은 처음 시도되는 사례. 본편의 주연이었던 박신양(금나라 역)과 신동욱(하우성 역)은 번외편에서도 다시 합류하고, 김옥빈, 박해미 등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하며 본편과는 또 다른 극적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시도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스폐셜 드라마’라는 형식으로 이미 번외편 제작이 보편화되어 있다. <히어로>, <춤추는 대수사선>, <언페어>, <오오쿠>, <어텐션 플리즈> 등 성공한 히트작들의 경우,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본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이거나, 아니면 본편에서 파생된 별개의 ´스핀 오프’형식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번외편들이 자주 제작되곤 한다.
스폐셜 드라마는 본편에 높은 지지를 보내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보너스 형식의 작품으로서 본편의 스토리를 요약-해설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일종의 외전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보통 16부에서 20부 형식의 본편이 끝나면 곧장 인기가 시들해질 정도로 수명이 짧은 국내 미니리시즈 시장에서도 이런 번외편 형식의 드라마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현재 <쩐의 전쟁> 번외편은 충분한 사전 기획과 제작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촉박한 일정에 시달리며 오히려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하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번외편을 만드는 과정의 고민은, 국내 인기작에서 보편화된 ‘연장방송’과는 또 다른 문제다. <쩐의 전쟁> 번외편은 본편이 막을 내린 지난주까지도 시나리오는 물론, 번외편에 투입될 배우들의 캐스팅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8일에야 배우들의 출연계약을 마무리 짓고 9일부터 촬영에 돌입했지만, 번외편 1부 방송이 예정된 11일까지 시간이 촉박함은 당연지사.
보통 미니리시즈 촬영이 빨리 찍어도 최소한 1주에 1회 분량이 한계임을 감안할 때, <쩐의 전쟁> 번외편은 1주에 2회 분량을 찍어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2부는 사실상 당일 오후까지 촬영과 편집까지 마치고 ‘생방송’에 가깝게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현장에서 그때그때 쪽대본을 받아가며 촉박한 시간에 쫓겨서 작품을 만들어야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최선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을 자아낸다.
이런 무모한 시도에 대하여 방송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교차한다. 번외편을 만든다는 것 자체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도임에 틀림없지만, 적어도 이전에 충분한 준비기간과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했다. 상식적으로 특집영화나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주 정도 여유시간을 확보하던지, 아니면 최소한 극본이나 캐스팅, 촬영준비라도 완벽하게 마친 상황에서 번외편을 추진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는 이번 주 본방을 보고나서 평가해야겠지만, 적어도 이런 식의 제작관행은 국내 드라마 시장의 질적인 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본편의 인기에 기대어 충분한 사전 기획도 없는 가운데 ‘번외편’이라는 이름으로 급조된 드라마들이 범람하는 것은, 오히려 본편의 명성에 먹칠을 할뿐만 아니라 사실상 포장만 바꾼 ‘연장방송’에 그치기도 쉽다.
이미 본편 최종회에서 다소 허무한 결말로 실망감을 안겼던 <쩐의 전쟁>이 번외편을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아니면 졸속의 완성도로 더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지, 오는 11일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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