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사필귀정’ 혹은 ‘용두사미’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7.06 08:59  수정

엉성한 반전과 결말로 실망 안긴 <쩐의 전쟁>

박신양 열혈 연기 호평, 다음주부터 방영될 번외편 완성도에 관심

‘사필귀정(事必歸正)도 용두사미(龍頭蛇尾)도 아니다?’

안방극장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SBS <쩐의 전쟁>이 의외의 결말로 인해 입방아에 올랐다.

박인권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쩐의 전쟁>은 그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채업자들의 세계를 무대로,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대부업과 돈 문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조명하며 주목받았다.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에서 잘못 빌린 사채로 인해 일거에 노숙자로 추락한 주인공 금나라(박신양)가 사채업자로 재기하면서 자신의 버린 돈과 세상에 복수하기까지의 모험담이 긴박하게 그려져 호평을 받았다.

방영 첫 주부터 수목극 정상을 놓치지 않던 <쩐의 전쟁>은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는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상반기 최고 히트작으로 급부상하는 듯했다. 그러나 방영 중반부를 넘어서며 점차 늘어지는 극적 구성과 일관성 없는 캐릭터 묘사, 대부업 세계에서 남녀주인공간의 멜로 구도 등으로 초반의 주제의식이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쩐의 전쟁> 마지막회에서 금나라가 서주희(박진희)와 결혼해 해피엔딩을 눈앞에 둔 순간, ‘숙적’ 마동포(이원종)에게 의외의 죽음을 당하는 갑작스러운 반전으로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금나라의 죽음은 사실 기획단계에서부터 암시된 내용이기는 했지만, 결말에 이끄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고, 설득력도 부족했다.

사실 <쩐의 전쟁>은 초반부터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극 전개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금나라가 독고철(신구)의 제자로 들어가서 단기간에 일류 사채업자로 성장하는 과정, 마동포의 50억 원을 은밀하게 빼내는 과정, 하우성(신동욱)과의 두뇌게임, 봉여사(여운계)-이차연(김정화)과의 엇갈린 애증 및 협력구도 등이 모두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못하고 우연이나 감성적인 요소에 기대어 슬쩍 넘어가는 식의 전개가 속출했다.

방영 10회를 넘어서며 원작에서처럼 ‘돈에 울고 웃는’ 세상의 기막힌 모순을 세밀하게 그려내기 보다는, 주인공 금나라의 모험담과 지나친 원맨쇼에 치중하다가 극의 균형이 무너지는 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금나라는 영웅과 반영웅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오락가락한다. 처음엔 사채의 피해자였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알 수 없는 의협심에 불타는 의적이자 정의를 호소하는 웅변가가 되기도 한다. 극 초반의 매력이었던 유머가 깃든 시니컬한 리얼리즘이 희석되며, 엉성해진 설정이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은 것이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었다.

‘돈의 노예’가 된 금나라가 스스로를 파멸에 몰아넣는 모습이라든지, 차라리 벼랑 끝에서 개과천선해 새롭게 출발한다는 설정이었다면 오히려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

아마도 제작진은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돈에 흥한자 돈으로 망한다.’는 주제의식을 결말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적 환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어정쩡한 줄타기를 하던 <쩐의 전쟁>의 비극적 결말은 극적 전개의 당위성이 받쳐주지 않아 다소 허무한 느낌을 준다.

그나마 헐거운 구성의 한계를 상당부분 메워준 것은, 온몸으로 금나라의 캐릭터를 호연한 배우 박신양의 힘이다. 박신양은 2004년 출연했던 <파리의 연인>에 이어, 또 히트작을 배출하며 안방극장의 블루칩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악질적인 사채업자의 세계를 능청스럽게 표현하며 춤과 노래(파워레인저 송)까지 소화했던 박신양의 열혈 연기는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일단 본편이 막을 내린 <쩐의 전쟁>은 다음주부터 이른바 ‘쩐의 전쟁 번외편’(보너스 라운드)라는 제목으로 2주간 다시 시청자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본편과는 별개의 번외편이자, 박신양이 출연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직 모든 것이 베일 속에 가려져있는 이 ‘스폐셜 버전’이 본편이 채워주지 못한 마무리의 아쉬움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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