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카렌스·쏘울…신차와 맞수들

박영국 기자

입력 2013.03.03 10:37  수정

인기차종 신모델 출시에 경쟁차 "떨고있니"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왼쪽)와 기아차 그랜드카니발

신차가 출시되면 동일 세그먼트 내 경쟁 모델들은 크건 작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신차 출시효과로 해당 모델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한정된 수요 내에서 소비자의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처럼 극심한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시기는 더욱 그렇다.

올해 상반기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주요 국산 신차들의 성공 여부와 해당 세그먼트 내 경쟁 구도를 예상해본다.

코란도 투리스모 vs 그랜드카니발

올해 2월 5일 국산 신차 출시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쌍용차의 11인승 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다.

이 모델은 엄밀히 말하면 쌍용차의 기존 동급 미니밴 로디우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불과하지만, 바뀐 이름만큼이나 디자인적 변화가 커 완전한 신차의 이미지를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기존 로디우스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 100대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 출시를 계기로 사실상 11인승 미니밴 세그먼트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 경쟁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 된다.

코란도 투리스모와 같이 11명 이상을 태우고 개소세·교육세 면제 및 자동차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6인 시상 승차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국산차는 기아차 그랜드카니발과 현대차 스타렉스 뿐이다. 사실 수입차까지 뒤져봐도 시트를 이처럼 촘촘하게 꽂아놓은 모델은 없다.

그 중에서도 스타렉스는 다른 두 모델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보긴 어렵다. 코란도 투리스모와 카니발은 가족 단위로 사용하는 RV에 가까운 반면, 스타렉스는 상업 용도로 사용하는 승합차 개념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도 카니발은 RV로, 스타렉스는 상용차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코란도 투리스모의 역할은 그동안 국내 11인승 미니밴 시장을 혼자 독식하다시피 했던 그랜드카니발의 고객층을 빼앗아오는 일이다.

쌍용차가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놓으면서 가장 잘한 일은 억지로 11인승을 만들기 위해 뒤를 부풀려놓은 듯한 로디우스의 우스꽝스런 디자인을 완전히 버렸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차' 이미지를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일단 초기 판매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카니발에 비해 좁은 전폭과 높은 전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SUV에 가까운 이미지를 갖췄다는 것도 코란도 투리스모의 장점이다. 다인승 미니밴의 최대 핸디캡은 동승자에게는 버스에 실려 다니는 느낌을 주고, 운전자에게는 버스 운전기사의 느낌을 준다는 것인데, 코란도 투리스모는 SUV 이미지를 접목해 이같은 느낌을 최대한 희석했다.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승합차 느낌을 주는 슬라이딩 도어 대신 힌지 도어(스윙형 도어)를 적용한 것도 SUV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계약대수는 출시 3주 만인 지난달 말까지 2200대에 달했다. 다인승 미니밴 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난해 11인승 그랜드카니발과 9인승 카니발을 더한 판매실적이 연간 3만여대, 월평균 2500대 수준이었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존재가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쉐보레 트랙스(왼쪽)와 기아차 스포티지R(오른쪽 위부터), 현대차 투싼ix, 쌍용차 코란도C

트랙스 vs 스포티지R·투싼ix·코란도C

2월 20일 출시된 트랙스는 국내 SUV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상징성이 큰 모델이다.

그동안 대형(베라크루즈·모하비), 중형(싼타페·쏘렌토R·캡티바·QM5·렉스턴W), 준중형(스포티지R·투싼ix·코란도C)으로 나뉘었던 SUV 시장에서 '소형'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기대도 컸다. 기존의 세그먼트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모델의 등장이라는 점과 더 이상 SUV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 둔중한 차체도 감수할 것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의 유연성이 생겨났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었다.

다만,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에는 '가격'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한국지엠이 간과한 게 문제다. 세그먼트 구분에는 사이즈와 배기량도 반영되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이 더 큰 기준이다. 더구나 국산차 내에서라면.

만일 트랙스가 '세그먼트 개척자'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기존 준중형 SUV와 차별화되는, 2000만원대 미만의 가격을 제시했더라면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을 수도 있다.

일단 스포티지R, 투싼ix, 코란도C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 대거 트랙스로 몰렸을 것이고, 아반떼, K3, 크루즈, SM3 등 준중형 세단을 고려하던 이들도 비슷한 가격대로 SUV를 구매할 수 있다면 생각을 달리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트랙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과신했는지, 제조원가 절감에 한계를 느꼈는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가격을 내놓았다. 1940만~2280만원의 가격은 기존 준중형 SUV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체감폭은 크지 않다. 트랙스의 상위 트림과 스포티지R, 투싼ix, 코란도C의 중하위 트림이 겹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디젤 대신 1.4ℓ 소형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토크와 연비도 떨어진다. 통상 디젤엔진 가격이 가솔린보다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준중형 SUV와의 가격적 이점마저 제거되는 대목이다.

그 결과 트랙스는 불가피하게 상위 세그먼트인 준중형 SUV의 간섭을 받게 됐다. '차급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에만 든다면 같은 가격으로 더 하위 차급을 살 수 있는' 강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고 소형 SUV를 지르기(?) 쉽지 않다.

준중형 세단을 고려했다 트랙스로 눈을 돌린 이들은 한 차급 위인 중형 세단과 가격대가 겹치는 것을 보고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싼타페 롱바디(맥스크루즈 원형).

맥스크루즈 vs 누구?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는 '싼타페 롱바디'로 더 잘 알려진 현대차 '맥스크루즈'가 오는 7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실 이 차급에서는 국산차로는 경쟁자를 찾기가 어렵다.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데다, 가격대가 수입차와 겹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산 대형 SUV라고 해봐야 현대차 베라크루즈와 기아차 모하비 뿐이었고, 지난해 판매실적은 둘을 합해 1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월평균 1000대가량이다.

그동안 모터쇼 콘셉트카 등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맥스크루즈는 중형SUV 싼타페의 전장을 늘린 개념이다. 디자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앞뒤로 길어져 3열좌석까지 접지 않고도 트렁크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4000만원에 육박하는 차량 구매자에게 최다 승차인원이 몇인지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대차는 맥스크루즈 출시 이후에도 베라크루즈의 판매를 유지할 방침이다. 동일 세그먼트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디자인이나 전폭을 고려하면 맥스크루즈는 대형 SUV 중에서도 베라크루즈나 모하비보다는 좀 더 날렵한 이미지다. 가격대도 이들 두 개 모델보다는 좀 더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결국 맥스크루즈는 베라크루즈·모하비의 덩치와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이나, 싼타페보다 좀 더 큰 사이즈를 원하는 이들, 혹은 수입 SUV를 고려하는 이들을 아우르는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내놓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아차 신형 카렌스(왼쪽)와 쉐보레 올란도

신형 카렌스 vs 올란도

3월 출시 예정인 신형 카렌스는 7인승 MPV 시장에서 기아차의 굴욕(?)을 반전시켜 줄 기대주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그먼트는 현대·기아차가 다른 완성차 업체에게 큰 폭의 스코어로 완패를 당해온 유일한 분야다.

기존 카렌스의 경쟁자는 한국지엠의 쉐보레 올란도가 유일하며, 지난해 판매실적은 카렌스가 3000대, 올란도가 1만7887대로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를 보였다. 카렌스의 가격이 더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굴욕적인 스코어다.

사실 카렌스의 완패는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지난 2006년 4월 풀체인지 모델인 뉴 카렌스 출시 이후 같은 디자인으로 7년 가까이 우려먹었다.

기아차의 다른 모델들이 모두 '호랑이 코' 패밀리룩으로 갈아입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철 지난 옷을 입고 버텨온 카렌스에 소비자들의 눈길이 갈 리 없다. 지난해부터 풀체인지와 패밀리룩에 합류설이 들려온 상황에서 구형 모델은 일찌감치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경쟁차인 올란도가 LPG와 함께 디젤 모델을 운영해온 것과 달리 카렌스는 LPG와 가솔린만으로 버틴 것도 경쟁에 한계가 있었다.

7인승 MPV는 경제성이 최대 무기다. 연비가 떨어지는 LPG가 그나마 저렴하던 연료가격마저 오르면서 평가절하된 상황에서 디젤 없이 가솔린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형 카렌스는 이같은 기존 카렌스의 핸디캡을 최대한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디자인은 기아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졌고, 엔진도 LPG와 디젤로 운영된다.

특히, 디젤엔진은 다운사이징에 출력을 낮추는 대신 연비를 높인 기종을 적용, 경제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신형 카렌스에 장착되는 엔진은 1.7ℓ U2 VGT 디젤로,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26.5㎏·m를 낸다. 현대차 i40에 장착되는 디젤엔진과 같은 배기량이지만, 출력과 토크(i40는 140마력, 33.0㎏·m)가 훨씬 떨어진다. 대신 연비는 i40 디젤의 15.1km/ℓ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카렌스의 연비는 공인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관계로 공개되지 않았다.

핸디캡을 보완한 신형 카렌스는 7인승 MPV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오던 올란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 측면에서 구형 카렌스(1752만~2120만원)보다 크게 올리지만 않는다면 올란도(1978만~2668만원)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재차 언급하지만, 7인승 MPV는 경제성이 최대 무기다.

카렌스 디젤 모델의 경우 디젤엔진 가격 때문에 기존 가솔린보다 가격상승 여지가 있지만, 2.0ℓ인 올란도에 비해 저배기량 엔진이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가격차를 유지할 여지는 충분하다.

연간 2만여대, 월 2000대에 못 미치는 7인승 MPV 시장에서 카렌스가 절반만 가져가도 올란도에게는 큰 타격이다.

기아차 트랙스터 콘셉트카(신형 쏘울 원형, 왼쪽)와 현대차 i30

신형 쏘울 vs i30·준중형 세단 해치백 버전

쏘울은 기아차에게 의미가 큰 모델이다. 차급으로는 준중형이지만, 자사의 준중형 세단과는 별도로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줬기 때문이다.

쏘울의 경쟁 모델로는 넓게 보면 다른 준중형 세단의 해치백 버전, 즉 포르테 5도어나 크루즈 5도어까지 포함시킬 수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형제 회사인 현대차의 i30가 직접적인 경쟁 상대다.

기존 세단의 꽁무니를 자른 다른 해치백과는 달리 쏘울과 i30는 원초적으로 해치백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2008년 9월에 출시돼 4년 넘게 재미를 봤으니 이제 쏘울도 모델체인지를 할 때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월평균 400대에 불과했던 판매량(물론 신형 출시 임박 소식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이 구형 쏘울의 수명이 다됐음을 증명해 준다.

더구나, 쏘울처럼 튀는 디자인의 차종은 싫증도 빨리 난다. 4년여의 디자인 변경 주기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형 쏘울이 최소한 구형 쏘울의 출시 초기 정도만큼의 성적만 유지해준다면 기아차로서는 대성공이다.

올 여름 출시 예정인 쏘울의 디자인은 이달 29일 개막하는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콘셉트카 형태로 공개된 트랙스터를 통해 신형 쏘울의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기존 쏘울보다 좀 더 낮아지고 다듬어져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이같은 쏘울의 변화는 판매실적 면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기존 쏘울의 가장 큰 특징은 '박스카(그 덕에 닛산 큐브의 아류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라는 점이었다. 다른 준중형 해치백과의 차별성을 갖고 고유의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박스카'의 장점 덕이었다.

하지만, '박스'를 깎고 다듬어버리니 '박스카' 고유의 디자인적 특성은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신형 쏘울이 콘셉트카 트랙스터와 비슷한 모습이라면 고유의 시장을 유지하기보다는 형제차인 i30나 다른 준중형 세단의 해치백 버전들과 간섭효과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쏘울이나 i30 모두에게 썩 달갑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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