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지수 한국어판 나왔다…자생한방병원, 번역·타당성 검증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6.05.14 09:23  수정 2026.05.14 09:29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와 공동연구

국내 안면마비 환자 평가하는 한국어판 안면마비 지수 마련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기능적 장애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국제 표준 도구인 FDI(안면장애지수/Facial Disability Index)의 한국어판이 나오면서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 연구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부소장 연구팀과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어판 FDI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과학 진보(Science Progress, IF 2.9)’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풍부한 안면신경마비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와 번역·문화 적합화·통계 검증 등 방법론 전문성을 갖춘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의 협력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양 기관의 전문성이 시너지를 이루며 단순한 번역을 넘어, 국내 환자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문화 적합화(cross-cultural adaptation)' 절차를 충실히 거친 K-FDI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안면신경은 음식을 씹는 저작근육은 물론, 언어 및 표정 등 감정 표현을 담당하는 핵심적 신경 구조물이다. 하지만 안면신경은 감염, 외상, 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말초성 마비 증상이 발현되며, 급성 특발성 안면마비인 ‘벨 마비(Bell’s palsy)’의 경우 연간 10만 명당 약 20명꼴로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불완전한 눈 감김, 입꼬리 처짐, 안면 비대칭 등이 있으며, 미각 변화나 청각 과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치료로는 스테로이드 및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 약물치료와 침·약침·추나요법 등을 활용한 한의통합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 특히 마비 발생 후 72시간 이내 정확한 감별 검사와 진단에 따른 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전세계 공통으로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의 감별 진단을 위해 안면마비 정도 평가인 ‘House Brackmann(HB) Grade’ 평가를 표준으로 활용한다. HB-Grade는 총 1~6단계로 분류되며 1단계는 정상, 6단계는 완전마비 상태를 의미한다.


다만 이 지표는 마비 및 회복 단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용이하지만, 환자의 불편감과 안면기능의 이상정도를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신체적 기능 장애와 사회심리적 영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FDI가 국내 임상에서 많이 사용됐지만, 공식적인 번역, 문화적 타당화를 거친 한국어판이 필요하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컸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왼쪽),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부소장. ⓒ자생한방병원

공동 연구팀은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FDI를 번역하고, 임상적 신뢰도 및 타당도 검증을 실시했다. FDI 번역을 위해 연구팀은 총 8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다. 아울러 보건 의료 분야의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인 ‘Beaton의 문화적 적응 5단계 절차(순번역, 번역 통합, 역번역, 전문가 위원회 검토, 예비 테스트)’를 엄격히 준수해 한국어판 FDI를 정립했다.


이후 연구팀은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에서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안면마비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타당도 확인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한국어판 FDI의 내적 일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크론바흐 알파(Cronbach’s alpha)’ 분석을 사용했다.


크론바흐 알파는 설문·검사 등에서 여러 문항이 같은 개념을 얼마나 일관되게 측정하는지를 나타내는 신뢰도 지표다. 값은 0~1 사이로, 일반적으로 0.7 이상이면 수용 가능한 수준, 0.8 이상은 양호한 수준으로 해석한다. 분석 결과, 10개 문항으로 구성된 한국어판 FDI의 전체 신뢰도 계수는 0.78로 나타났으며, 하위 영역으로 신체기능 영역은 0.81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또, 측정 도구의 신뢰도를 다각도로 검토하기 위해 ‘검사-재검사 신뢰도(Test-retest reliability)’를 통한 안정성 평가도 병행했다. 이는 외부 요인이나 우연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하고, 안면마비로 인한 불편함 등의 측정이 시간 경과 이후에도 일관되게 측정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3주 간격을 두고 측정을 실시한 뒤, 측정의 일관성을 나타내는 급내상관계수(ICC; 0~1, Intraclass Correlation Coefficient)를 통해 일치도를 분석했다. ICC 신뢰도 평가 기준은 0.5~0.75 사이를 수용 가능한 수준, 0.75~0.90 사이를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측정 결과, 신체기능 영역의 ICC는 0.76으로 양호한 신뢰도를 기록했고 사회정서 영역은 0.65로 수용 가능한 수준의 안정성을 보였다.


아울러 구성타당도 검증을 통해 연구 내 설문이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신체기능 영역에서 HB-Grade와 안면신경마비 중등도 이상의 상관관계를 보여, 마비가 심할수록 환자가 느끼는 기능적 불편감도 커지는 경향을 입증했다.


또, 사회정서영역에서도 삶의 질 지표(SF-36) 정신점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는 안면신경마비로 인한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일수록 사회·정서적 불편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윤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연구는 FDI 도구 한국어판을 국제 기준에 따라 번역,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한의약 안면마비 임상연구에서 표준화된 평가 도구로 활용되고, 임상에서 치료 반응 모니터링 및 환자 중심 치료 계획 수립 지원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임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