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 혈전´ 태극소녀들 눈물의 ´우승´ 투혼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0.09.26 10:04  수정

U17 월드컵 결승서 승부차기 끝에 5대4로 일본에 역전승

여민지, 득점왕-MVP 선정 기쁨 배가…첫 FIFA 대회 정상

최덕주 감독의 U-17 여자 대표팀은 한국축구 사상 첫 FIFA 대회 제패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17세 이하 소녀들이 보여준 열정과 투혼, 그리고 눈물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성인 남자도 견디기 힘든 120분 사투와 승부차기 부담을 17세 소녀들이 이겨내고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한국 축구 사상 남녀 통틀어 FIFA 주관대회 첫 결승에 오른 17세 이하(U-17) 여자 대표팀이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해슬리 크로포드 스타디움서 벌어진 숙적 일본과의 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 동안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최덕주 감독의 U-17 여자 대표팀은 한국축구 사상 첫 FIFA 대회 제패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자존심이 걸려 치열할 수밖에 없는 한일전의 특성을 전 세계에 알린 경기였다.

지난해 태국서 열렸던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4강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일본을 1-0으로 꺾었던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드를 장악하기 위해 강한 압박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6분 이정은이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왼쪽 구석 골망을 흔드는 선제골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하지만 대회 내내 불안했던 수비 때문에 일본에 리드를 허용했다.

전반 11분 수비가 다소 흐트러진 상황에서 신담영이 걷어낸 것이 나오모토 히카루의 중거리 슈팅에 걸렸고, 공은 골키퍼 김민아의 손을 맞고 들어가 버렸다.

어이없이 동점골을 내준 한국은 불과 6분 만에 다나카 요코가 이정은 앞에서 때린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김민아의 왼쪽 옆구리 사이를 뚫는 역전골이 되면서 1-2로 끌려갔다.

이후 미드필드를 내주면서 볼 점유율까지 밀리기 시작한 한국은 패스까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고, 공간만 생기면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일본 공격에 가슴을 계속 쓸어내려야만 했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김아름이 때린 오른발 프리킥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골이 되면서 전반을 2-2 동점으로 마쳤다.

멕시코전 부상 이후 재활에 힘써오던 김다혜를 투입해 여민지와 투톱 호흡을 맞추게 했지만, 후반 12분 왼쪽 수비가 뚫리면서 가토 치카에게 재역전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30분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와 골키퍼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딛고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이소담이 불과 1분 만에 때린 중거리 하프 발리 슈팅이 크로스바 밑을 맞고 들어가는 골로 다시 균형을 이뤘다.

여태껏 역전승만 거두기만 했지, 한 번도 역전패를 당해본 적이 없는 한국은 3-3 동점이 된 후 더욱 투혼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후반 37분 김다혜의 슈팅과 추가시간 여민지의 중거리 슈팅으로 쉴 새 없이 일본을 몰아쳤지만 끝내 결승골 사냥에 실패해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고, 연장전에서도 양 팀 모두 골이 나오지 않아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첫 번째 키커 이정은의 슈팅이 골키퍼의 왼손에 걸리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일본의 두 번째 키커 와다 나오코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고 한국의 두 번째 키커 여민지가 성공시키면서 1-1 동점이 됐다.

다섯 번째 키커까지 4-4 동점이 되면서 승부차기까지 서든데스 연장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 무라마쓰 도모코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면서 한국에게 기회가 왔고, 이를 장슬기가 성공시키면서 우승의 환호성을 올렸다.

일본은 지난 2008년 대회 8강전에서 잉글랜드에 승부차기에서 져 4강 진출에 실패한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져 FIFA 대회 첫 우승 기록을 다음 기회로 넘겼다.

일본은 지난 1999년 20세 이하 청소년 선수권과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이어 세번째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8골과 3어시스트로 득점 부분 단독 선두를 달리던 여민지는 이날 일본의 밀착 수비에 골을 뽑아내지 못했지만 2골 차로 뒤졌던 요코야마 구미도 득점을 추가하지 못해 한국 축구 사상 첫 골든부트(골든슈)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한국의 우승으로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까지 받으며 3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앞서 벌어진 3-4위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북한이 스페인과 맞섰지만 후반 11분 라켈 피넬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져 입상에 실패했다.[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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