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서 벌어진 일본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을 밟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1990년에 시작됐으니 이제 겨우 20년이다.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지 않은 육상이나 하키 등 여러 종목을 경험한 선수들을 모아 급조한 대표팀이 그 시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자축구와의 격차를 금방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남자 축구보다 먼저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이 같은 기대와 예상은 코웃음의 대상이 됐다. 세계에 근접하기는커녕 먼저 시작한 중국과 일본, 북한에 10골차 이상으로 지기도 했고 심지어 대만에도 뒤졌다.
하지만 꿈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금방 자리를 잡았다. 대만 등을 일찌감치 제쳤고 중국과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기도 했다. 지난 2003년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는 중국, 일본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은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여자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장이 됐다.
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이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오르더니 불과 한 달여 만에 U-17 여자 대표팀이 FIFA 주관 대회 첫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들 모두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적으로 자리하기 시작한 21세기 들어서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운 경우다.
그러나 문제는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기량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선수 숫자가 1450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민지와 지소연 같은 수준급 선수가 탄생한 것도 기적이고 우승은 어떻게 보면 분에 넘치기까지 하다.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의 전체 선수 숫자가 3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숙적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더구나 일본은 18세 이하 선수 숫자가 무려 2만5000여명에 달하는데 한국은 겨우 1300명 정도다. 일본의 20분의 1 정도를 갖고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것은 엘리트 위주의 단기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여자축구가 20년 만에 찾아온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K리그 팀도 함께 앞장서서 여자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프로도 없이 실업팀으로 WK리그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프로팀이 아니더라도 청소년 팀이라도 함께 운영한다면, 꿈나무들에게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엘리트 시스템보다 클럽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여자축구의 실력을 세계에 선보일 기회는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한다. 내년 독일에서 벌어지는 FIFA 여자 월드컵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소연, 여민지 등 지금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하는 나이가 되는 2015년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지금의 자신감을 통해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5년 동안 여자축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만 한다.[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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