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U-17) 여자축구 대표팀이 26일(이하 한국시간)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 때마침 상대는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숙적’ 일본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1882년 한국 땅에 축구가 처음 선보인 지 무려 128년 동안 남자축구도 못해본 쾌거를 이뤄냈다. 20년이라는 짧은 역사지만 비약적인 발전의 성과로 벌써부터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것.
이유 있는 결실이라기보다는 신화에 가깝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겨우 1404명.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등학교 16개, 대학교 6개,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등록된 팀조차 모두 65개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 여자축구는 등록 선수만 105만 명에 이른다. 성인 팀만 따져도 5천341개 팀으로 한국의 약 800배다. 비록 8강에서 북한에 져 탈락했지만 U-20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인 여자 축구 강국이다. 게다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도 여자축구 실업팀이 6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3부 리그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 여자축구는 소수정예로 똘똘 뭉쳐 지소연 등이 맹활약했던 U-20 대회 3위에 이어 또다시 신화를 썼다. 이제 마지막 남은 단 한 경기, 역사에 남을 한일전 결승무대를 승리로 이끌어 신화의 끝을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여민지의 위대한 도전 ‘트리플 크라운’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 여민지(17·함안 대산고)가 ‘우승트로피-골든볼(MVP)-골든부트(득점왕)’를 모두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노린다. U-20 월드컵에서 ‘3위-실버볼-실버부트’를 차지했던 ‘지메시’ 지소연을 능가하는 성과다.
여민지는 이미 8골로 득점 1위에 올라있다. 득점왕을 위협할 만한 선수는 현재 6골(3위)을 기록 중인 일본의 요코야마 구미 밖에 없다. 2위 키이라 말리노프스키(7골)는 소속팀 독일이 이미 8강에서 탈락했다.
득점왕은 둘의 골수가 같을 경우 도움 수가 많은 선수가 받게 되는데 여민지와 요코야마가 기록한 도움 수는 각각 3도움과 1도움이다. 요코야마가 역전하기 위해선 최소 3골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떼어 놓은 당상’이라 볼 수 있다.
골든부트의 수상여부는 결국 결승전 결과에 달렸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5경기 8골 3도움을 쓸어 담은 여민지가 결승전에서 골을 넣고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트리플 크라운’은 확실하다.
하지만 4강 북한전에서 신기의 드리블을 선보이며 골까지 기록한 요코야마의 임팩트도 만만치 않다. 만략 요코야마에게 골을 허용하며 일본에 우승을 내준다면 여민지는 골든부트 하나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
축구공은 둥글지만 대표팀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 가지나 있다.
첫째, 한국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대회 4강전에서 일본을 꺾은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당시 한국은 여민지의 결승골로 1-0의 깔끔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서 북한까지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일본은 결코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둘째, ‘지일파’ 최덕주 감독의 존재다. 대표팀 최덕주 감독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거쳐 고교, 대학, 성인팀에서 두루 지도자 경력을 쌓은 ‘일본통’이다. 일본축구를 잘 알고, 특성을 줄줄 꿰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 든든한 버팀목이다.
마지막으로 개인기에 능한 팀을 이겼던 경험이다. 일본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개인기가 좋은 팀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의 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멕시코, 4강전에서 스페인을 꺾으며 개인기에 능한 팀을 상대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방심은 금물’ 일본전 주의사항은?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일본전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먼저 이번 대회서 17골을 넣고 6점만 내준 일본의 ‘짠물 수비’다. 일본은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5골을 내주는 등 이번 대회서 11실점한 한국에 비해 수비진이 견고하다.
특히, 아일랜드와의 8강전, 북한과의 준결승전에서 각각 한 골만을 실점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여기에 한국은 일본의 개인기를 강한 압박으로 사전에 차단하고 공격력을 더욱 극대화할 전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의 다양한 득점루트도 주의사항 중 하나다. 6골을 넣은 일본의 에이스 요코야마는 개인기뿐만 아니라 중거리슈팅에도 능하다. 게다가 조별리그 베네수엘라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쿄가와 마이(3골), 중앙 미드필더 요코 다나카(3골)의 발끝도 날카롭다. 공격 가담이 좋은 왼쪽 풀백 하마다 하루카도 경계 대상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는 여민지(8골)의 공격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약점이 있다. 여민지를 제외하곤 2골 이상 넣은 선수가 없다.
만에 하나 여민지가 일본 수비에 봉쇄될 경우 답답한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멕시코전 부상 이후 출전하지 못했던 아시아 U-16 대회 MVP 김다혜(17·현대정보과학고)가 ‘조커’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은 26일 오전 7시(SBS TV 생중계)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서 열린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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