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축구 등 비인기 설움 이겨내
열악한 여건 개선 없이는 미래 불투명
한국 여자축구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독일에서 벌어진 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3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세우더니, 이번에는 트리니아드토바고에서 열린 U-17 여자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여자축구의 선전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실 여자 구기종목은 적은 투자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이겨내고 이미 세계를 호령하고 있었다. 대뜸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사실 올림픽 구기종목에서 처음 메달을 딴 것은 모두 여성의 차지였다.
특급스타 지소연(사진), 여민지를 배출해낸 여자축구대표팀의 활약에 취해 우리가 더욱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상 첫 메달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팀의 동메달이었고 은메달 역시 여자농구와 여자 핸드볼이 1984 LA 올림픽에서 가져왔다. 여자 핸드볼은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남자 구기종목의 올림픽 제패는 1988 서울 올림픽 탁구에서 이뤄졌다. 이것만 보더라도 여자 구기종목이 남자에 비해 세계 경쟁력 면에서 한 수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여자축구의 선전을 폄훼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너무 장한 일을 해낸 여자 축구대표팀의 활약에 취해 우리가 더욱 큰 발전을 이뤄야하는 방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살펴봐야만 한다.
여자 축구의 선전에 이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하는 부류도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참혹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보면 핸드볼이나 농구, 배구보다 더 열악한 것이 바로 축구 여자 종목이다.
그나마 농구나 배구, 핸드볼은 여자 종목이 어느 정도 뿌리가 내려 명맥이 유지되고 있지만 축구는 팀이 드물고 그나마 있는 팀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일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축구팀의 숫자는 65개. 어느 한 지역의 숫자가 아니라 전국을 모두 합친 숫자다. 65개 팀이라는 것도 지난해에 비해 네 팀이 줄어든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초등학교 팀은 지난해 22개 팀에서 18개 팀으로 줄었고 중학교 팀 역시 18개 팀에서 17개 팀으로 한 팀이 사라졌다.
더구나 천만이 넘는 서울지역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팀이 각각 하나밖에 없는 것도 크나큰 문제다.
팀이 이렇다보니 선수 숫자가 많을 리 없다. 지난달 5일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선수가 고작 1450명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선수는 362명에 지나지 않고 중학생 선수 역시 397명으로 400명이 채 안 된다.
이들이 상급학교로 올라가서도 100% 선수로 성장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세월이 지나면 중학교, 고등학교 등 위로 올라갈수록 그 숫자가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실정이 이럴진대 U-20 여자 대표팀과 U-17 여자 대표팀의 4강과 입상에 취해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물론 당장 2015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지소연과 여민지 등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모른다. 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선수가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데 어찌 발전을 자신할 수 있겠나.
한때 강호로 군림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를 호령했지만 세대 교체에 실패해 발전해온 한국에 따라잡히고 오히려 뒤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중국 여자축구가 너무나 좋은 예다. 지금의 선전에 취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를 절대로 범해선 안 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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