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미래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득점왕과 MVP를 차지,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여민지는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막을 내린 U-17 여자월드컵에서 8골을 기록, 골든부트(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것을 포함하면 트리플크라운의 대활약이다.
대회 기간 내내 골 폭풍을 몰아쳤던 여민지는 비록 일본과의 결승에서 침묵했지만 2골 차로 추격하던 쿠미 요코야마(일본·6골) 역시 골을 기록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유 있게 득점왕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득점 2위에게 주어지는 실버부트는 독일의 키라 마리노스키(7골)에게 주어졌다.
특히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은 더욱 큰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128년 한국 축구 역사상 FIFA 주관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MVP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지난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지소연(한양여대)이 실버부트와 실버슈를 차지한 바 있고, 홍명보 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블론즈볼(3위)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사실 여민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2008년 당한 무릎 부상이 재발하며 우려를 낳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회 직전 진행된 전지훈련과 평가전에서조차 참가하지 못해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대표팀에 승선했고, 고비 때마다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여민지는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하지 않았지만 전반 27분 교체 투입된 뒤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에이스임을 과시했다. 이후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로 꼽히는 나이지리아와의 8강에서는 무려 4골을 뽑아내며 6-5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고,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도 동점골을 기록하며 결승 진출의 텃밭을 일궜다.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데다가 상대의 집중견제에 막혀 이렇다 할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로 요소요소에 볼을 배급하며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 팀 동료들이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여민지는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도 두 번째 키커로 나서 볼에 입맞춤한 뒤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여민지는 대회 직전 “지소연 언니가 기록한 8골을 넘어 내 등번호(10번)만큼 골을 기록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비록 개인 목표에는 아쉽게 2골이 모자랐지만 대회 MVP와 득점왕, 그리고 한국의 첫 우승을 이끄는 등 보다 더한 영광을 안으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여민지’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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