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책 잇단 부결에 의회 해산 승부수
11월 29일 총선…예정보다 8개월 앞당겨
여론조사선 우파 우세…산체스 정치생명 건 도박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지난해 9월 3일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뉴시스
극심한 주택난에 승부수를 던졌다가 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결국 판을 엎었다. 임기를 약 8개월 남겨두고 의회를 해산해 오는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그는 “스페인 국민이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결정할 때가 왔다”며 “이제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밝혔다. 당초 총선은 내년 치러질 예정이었다.
조기 총선의 직접적인 계기는 주택 대책의 의회 부결이다. 산체스 정부는 최근 취약계층 강제퇴거 중단과 임대계약 연장 등을 담은 긴급 법령 2건을 추진했지만 중도우파 국민당(PP)과 극우 복스(Vox),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훈츠가 반대하면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집값과 임대료 급등에 대한 불만이 거센 상황에서 핵심 대책마저 좌초하자 산체스 총리는 의회에서 표를 구하는 대신 유권자에게 직접 심판을 받는 쪽을 택했다.
상황은 산체스 총리에게 녹록지 않다. 집권 사회노동당(PSOE)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에 밀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PSOE 지지율은 약 28% 수준이며, 현재로서는 국민당과 복스의 우파 연합이 하원 350석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조합으로 전망된다.
산체스 총리의 승부수는 역설적으로 ‘주택난’에 기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치솟는 임대료와 주거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주택 대책을 가로막은 우파 야당에 책임을 돌리며 분노한 유권자를 결집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국민당과 복스는 이번 총선을 2018년부터 집권해 온 산체스 정부를 끝낼 기회로 보고 있다.
결국 11월 총선은 산체스 총리의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 됐다. 주택난을 둘러싼 민심을 등에 업고 의회 구도를 뒤집을지, 아니면 조기 총선이 오히려 우파 정권 탄생을 앞당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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