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기다리며 대출 조이자…LH 사장발 규제 강화론에 효과 논쟁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10.01 16:07  수정 2026.10.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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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사장 “주택 공급 시차…지금은 대출 규제 시점”

대출 줄어도 집값 안정은 별개…시장 양극화 우려도

“공급 실적 보여준 뒤 규제 강화 논의해야”

이성훈 LH 사장이 9월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주택 공급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대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해 집값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출 규제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가계대출과 매수 수요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 주택시장에 추가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 외에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택 공급을 노력하더라도 설계와 건설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대출 규제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수준을 거론하며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매수세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에 따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 적용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담보인정비율(LTV) 70%가 적용된다.


이 사장은 “생애최초는 지금도 70%까지 해주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생애최초 대출을 최대한 받아 경쟁적으로 집을 사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 우리 공동체에 정말 이익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이를 추가로 강화한다고 해서 주택가격 안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 매수 수요를 억누를 수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남아 있을 경우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규제 강도가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출 규제에 따른 가계부채 감소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주택시장의 규제와 주택공급방식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LTV 상한을 70%에서 40%로 낮춘 모의실험에서 가계대출은 31% 이상 줄었지만 주택의 상대가격은 0.005% 상승했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가계대출 규제 강화나 보유세 인상과 같이 주택의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보다는 주택의 신규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대출 규제가 자산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쳐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어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는 가장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잡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금도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규제를 더 강화하면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만 주택을 살 수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생애최초나 무주택자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교수는 “주택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자기자본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며 “대출 가능 여부는 금융기관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보다 주택 공급 실적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로 임대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 한도를 축소할 경우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월세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고 시장을 안정시킨 뒤 대출을 줄여야 한다”며 “전세는 부족하고 월세는 오르는데 무주택자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하면 어떤 선택지를 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H가 실제 공급 성과를 보여준 뒤 대출 규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며 “30대나 신혼부부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한다면 전세를 구하라는 것인지, 오른 월세를 감당하라는 것인지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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