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흔들리자 떠오른 'SK표 가스'…"현물구매 줄인다" [바로사 14년④]

다윈(호주)=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30 15:00  수정 2026.09.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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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한국 장기계약에도 불가항력…현물 LNG 가격 급등

바로사 연 130만톤, 기존 수요처 투입해 현물구매 대체

가스전·선박·터미널·발전소 잇는 '옵션의 경제'

다윈LNG터미널에서 LNG 선적중인 SK자사선 프리즘 어질리티호.ⓒSK이노베이션

"현물시장의 포션(비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클 겁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29일 호주 다윈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바로사 가스전에서 새로 확보하는 연 약 13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4년 만에 손에 쥔 바로사 물량을 팔 새 고객부터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기존 발전소 등 수요처에 투입해 그동안 국제 현물시장에서 사 오던 물량을 대체한다는 의미다.


강 실장은 바로사 130만톤이 "저희가 갖고 있는 수요 600만톤의 풀(pool·묶음) 안에 들어오는" 물량이라며 "저희 포트폴리오는 장기계약과 직접 떠 오는 가스전 물량도 있고, 일부는 현물시장에서 사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바로사 물량이 들어오면 이 가운데 현물 몫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중동발 충격에 현물가 2년 반 만에 최고

현물 비중을 줄이는 일은 올해 들어 더 중요해졌다. 3월 이후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크게 막히면서 카타르에너지는 한국과 맺은 연 610만톤 규모의 장기계약에도 불가항력(전쟁 등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선언)을 선언했다. 부족분을 메우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9월 10일 MMBtu(열량 단위)당 28달러대 후반까지 올라 약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 실장은 "과거 카타르 물량은 공급 안정성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물량"이라며 "더 이상 중동 물량이라고 안정성을 보장받는 물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이 지난 29일 호주 다윈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LNG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취재기자단
"사 오는 게 아니라 떠 오는 것"

바로사 물량은 구매 계약이 아니라 지분 물량(가스전 지분만큼 직접 가져오는 물량)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가스전 지분 37.5%만큼의 가스를 생산해 다윈 LNG 플랜트에 처리비를 내고 액화한 뒤 가져온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바로사 물량에 대해 "사 오는 게 아니고 저희 것을 떠 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을 보유한 가스전에서 직접 확보하는 물량은 국제 현물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강 실장은 "가스전을 갖고 있으면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원가가 고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LNG 원가를 저가에 고정화하면서 비용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스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분 물량 확보는 공공 부문에서도 흐름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캐나다 'LNG 캐나다' 사업 지분 5%를 보유해 연 70만톤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생산지가 호주라는 점도 강점이다. 다윈을 떠난 LNG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태평양 항로로 한국에 온다. 호주가 추진하는 자국 가스 공급 의무제에 대해서도 김종수 호주LNG사업팀장은 새 규제가 기존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아 바로사는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SK이노베이션
점이 많을수록 선이 늘어난다…'옵션의 경제'

강 실장은 회사의 LNG 전략을 '옵션의 경제'라고 표현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라는 얘기를 하는데 LNG 사업에서 잘 통할 수 있는 건 옵션의 경제라고 생각한다"며 "소싱(조달)이나 이송, 발전 같은 자산의 점들을 여러 개 갖고 있으면 그걸 연결하는 선의 가짓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한 공급처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에서 대체 물량을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조달부터 소비까지 이런 점들을 여러 겹으로 갖췄다. 조달은 호주 바로사와 미국 우드포드 가스전, 여러 장기계약이 맡고 미국에서는 현지 가스를 사서 프리포트 LNG 설비로 액화하는 구조도 운영한다. 우드포드 가스전은 미국산 LNG의 기준 가격인 헨리허브가 오를 때 가스 판매 수익으로 도입 비용 상승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도 한다. 운송은 20년 장기 용선(선박을 장기간 빌려 쓰는 것)한 LNG선 4척이 담당한다. 김 팀장은 "배도 빌리면 운임이 가격처럼 출렁거린다"며 일정 부분은 안정적인 비용으로 가져가기 위해 자사선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들어온 LNG는 보령·광양 등 복수의 터미널을 거쳐 발전소로 간다. 현물 가격이 떨어질 때도 이 구조는 완충 장치가 된다. 강 실장은 "현물시장 가격이 낮아지는 게 LNG 사업자 입장에서 반드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발전소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베트남으로 넓히는 수요처

회사는 이 공급망을 새 수요처와 연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050MW 규모 LNG 열병합발전소를 짓고 있다. 2030년 2분기 이후 단계적으로 가동해 SK하이닉스 팹(반도체 생산공장)에 스팀을 공급한다. 해외에서는 지난 2월 베트남 응에안성 뀐랍 LNG 발전사업(1500MW) 사업자로 선정돼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이어질수록 조달처와 운송 수단, 수요처를 두루 갖춘 구조의 가치는 커진다. 바로사는 SK이노베이션 E&S의 '옵션' 목록에 가장 든든한 점 하나를 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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