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흠결로 각하하며 '건전한 통신윤리' 조항 위헌성 판단 덧붙여
헌재도 2012년 같은 조항 합헌…위민온웹은 헌법소원 청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임신중지 약물을 우편으로 보내주던 해외 웹사이트의 국내 접속 차단을 둘러싸고, 차단 근거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법원이 각하했다. 법원은 신청 절차에 흠이 있다고 보면서도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결정문에 함께 적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캐나다 비영리 법인 위민온웹인터내셔널파운데이션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최근 각하했다. 대리인의 위임장이 공증되지 않아 대리권이 적법하게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문제가 된 조항은 옛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1조 4호다. 심의위원회가 전기통신회선으로 공개·유통되는 정보 가운데 건전한 통신윤리를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심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위민온웹 측은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표현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고, 시정요구의 상대방과 내용을 법률에 정하지 않아 법률유보 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긴 해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나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고, 유통 정보의 종류와 방식이 기술 변화에 따라 빠르게 바뀌는 만큼 포괄적인 표현을 쓸 필요도 있다고 봤다. 새로운 유형의 불법·유해 정보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심의와 시정요구의 세부 유형을 모두 법률로 정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그 제한은 불건전 정보로 판단된 해당 정보 또는 그 유통 수단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2012년 2월 같은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위민온웹은 이번 제청 신청이 각하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조항의 위헌 여부는 결국 헌재가 다시 판단하게 된다.
위민온웹과 심의 당국의 다툼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2021년 12월 이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고, 위민온웹이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2024년 10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같은 달 방심위는 다시 망사업자들에게 접속 차단을 요구했고, 이듬해 2월에는 도메인 관리업체에 도메인 해지까지 요구했다.
위민온웹은 지난해 5월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같은 재판부는 지난 6월 12일 이를 각하하며,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약을 제공한 것은 약사법 위반이고 이를 알린 사이트 내용은 정보통신망법상 범죄 목적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다만 국내 허가 여부는 곧 달라질 수 있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먹는 임신중지 약물의 허가 심사를 진행해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정부는 도입 뒤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고 이후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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