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국 통해 종전·해협 재개방 위한 새 제안 전달
美 해상봉쇄 해제·동결자산 접근 등 핵심 쟁점
양국 단계적 합의 모색…이행 순서 놓고 이견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상업용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이란이 미국에 7일 이내 특정 조건을 이행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최종 종전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다. 양국이 해협 재개방과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봉쇄 해제를 연계하는 단계적 합의를 모색하면서 약 7개월간 이어진 전쟁의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5일 CNN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재국들을 통해 미국에 새로운 협상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이 제안에 동의한 다음 날부터 7일 이내에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조건이 이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제안에 담긴 요구사항이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MOU에는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비롯해 대이란 제재 완화, 이란 동결자산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중단 등이 포함됐다. 양국은 이를 통해 기존 휴전을 공식화하고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기간을 설정했지만 지난 7월 무력충돌이 재개되면서 휴전이 무너졌다.
이번 협상에서도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를 어떤 순서로 이행하느냐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 협상단이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카타르의 중재 아래 단계적 합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해협을 재개방하는 대가로 미국이 이란 항만에 대한 경제봉쇄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이란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란이 해협 통항을 허용하고 미국이 경제봉쇄를 해제하는 단계적 방식이 협상 교착상태를 해소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동결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 모두 상대방의 양보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협상 수단을 포기하기를 꺼리고 있어 합의 이행 순서가 주요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란은 해상봉쇄와 제재가 유지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연설에서 미국의 해상봉쇄와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해협을 개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중재국들을 통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으나 제재와 해상봉쇄를 통해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수개월 만에 재개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중재국을 통한 이란과의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이 다시 협상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6월에도 단계적 합의를 통해 휴전을 공식화했으나 한 달여 만에 무력충돌이 재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해협 재개방과 봉쇄 해제의 이행 순서, 동결자산 접근 시점과 합의 이행을 보장할 방안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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