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아닌 일관성"…웨인 티보 작품 세계의 비밀은?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9.19 07:15  수정 2026.09.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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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넘어 추상·구조 결합

질서 속 작은 차이·변주 '독자적 회화' 구축

색채·그림자·질감에도 일관된 변화

디터 부흐하르트와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 큐레이터가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환 기자

"웨인 티보에게는 반복성보다 일관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케이크와 파이, 아이스크림 등 일상적인 소재를 반복해서 그린 것으로 잘 알려진 웨인 티보.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되풀이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같은 주제를 다시 꺼내 조금씩 변주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보가 일상의 사물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고 일정한 질서 안에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팝아트를 넘어 추상과 구조를 결합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을 공동 기획한 디터 부흐하르트와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 큐레이터는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설명 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티보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 등을 소개했다.


다음은 두 큐레이터와의 주요 질의응답.


Q. 티보가 현대미술사에서 갖는 중요성은 무엇인가.


A. 분명히 현대카드와 함께 전시를 기획할 만큼 중요한 거장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티보는 오랫동안 팝아티스트로 알려져 왔다. 1962년 파사데나 미술관과 시드니 재니스 미술관에서 주요 팝아티스트들을 조망한 전시에 포함될 정도로 당시부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티보의 중요성은 질서와 동시에 차이를 조망하는 시각적인 새로움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인간의 삶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운 모습을 다루는 것을 넘어 다른 작가들과 달리 추상과 구조적인 구성을 결합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티보는 사물을 바라보면서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해 추상적으로 재구성했다. 일상적인 대상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 추상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1960년대는 상업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팝아트가 강하게 나타났던 시기다.


당시 팝아트 작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한 소비사회의 상징이나 브랜드, 포장 등을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티보 역시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팝아티스트로 규정돼 왔다.


하지만 이번 DDP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가 1960년대 활동하고 팝아티스트로 분류됐음에도 당시 다른 작가들이 많이 사용했던 광고 등의 방식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물을 그릴 때도 배경을 통해 그 사람의 역사나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대상 자체에 집중했다. 이런 부분 역시 티보가 이룬 중요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Q. 티보는 실제 어떤 사람이었나.


A. (디터 부흐하르트) 16~17년 전 처음 웨인 티보를 만났고 이후까지 모두 세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굉장히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예술을 비롯해 많은 주제에 대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였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즐겼다.


사회에 교육자로서 환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고 청년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데 대해서도 관심이 높았다.


대화할 때는 항상 차분했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술사에 대한 조예가 얼마나 깊은지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작품을 계속 분석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Q. 티보의 작품에서 색채와 그림자는 어떤 의미를 갖나.


A.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황색을 예로 들면 '베티 진 티보와 책'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방식으로 사용됐다.


배경과 옷에는 회색이 사용됐는데 그 사이에 주황색 선이 들어간다. 여성이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주황색 선이 캔버스를 여러 차원으로 분할한다. 같은 색은 코와 눈꺼풀에서도 다시 반복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을 그렸지만 색을 통해 '내가 여기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대상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티보가 추구했던 질서와 무질서를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티보의 작품에서는 그림자 역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자가 다른 형태나 사물, 인물과 완전히 분리돼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림자에는 라벤더와 주황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이 사용된다. 동시에 선을 이용해 테이블과 천, 인물, 벽, 사물 등을 규정한다.


이러한 선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두세 차례 계속 덧대어 칠하면서 그림에 더 큰 생동감을 부여했다.


Q. 초기부터 말년까지 작품에 일관성이 느껴진다. 티보가 말하는 '질서와 무질서'는 어떻게 작품에 나타나는가.


A. 티보는 모티브를 계속해서 재구성했던 작가다. 그가 알려지기 시작한 팝아트 시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팝아트는 당시 강력했던 추상표현주의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부상했고 유럽과 영국, 미국 등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한 소비사회의 개념을 예술로 끌어오면서 이전에는 예술의 소재로 생각하지 않았던 상징과 브랜드, 포장 등을 작품에 활용했다.


티보 역시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다뤘지만 다른 작가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같은 모티브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재구성했다.


질감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한 방향으로 향하는 붓질을 통해 텍스처를 만들었다면 1961~1962년부터는 보다 엄격한 방식으로 패턴을 만들어내는 텍스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티보는 미술사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업 방식도 꾸준히 연구했다. 다른 작가들이 물감을 두껍게 사용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기법을 만들어 나갔다.


작품을 보면 균일하게 나타나는 텍스처가 있는 반면 케이크의 프로스팅과 같은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질감을 사용해 대비를 만들어냈다.


특히 티보의 작품은 물감을 두껍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작품에서는 물감의 두께가 거의 8㎜까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균일한 텍스처만 유지하지 않고 갑자기 변주를 줘 대칭 속에 무질서를 만들어냈다.


같은 사물에도 작은 변주와 차이를 주면서 의미를 변화시켰다. '질서 속 차이와 변주'라는 개념이 작품의 텍스처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티보의 작업에서는 단순한 반복성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랑했던 주제들은 수십년에 걸쳐 다시 등장한다.


1960년대 작업했던 주제를 훗날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 같은 주제를 일관된 방식으로 다루면서도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자신의 기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Q. 현대카드와 이번 전시를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현대카드는 훌륭한 파트너다.


현대카드는 예술계에 많은 지원을 해왔고 한국 사회에서 예술과 관련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웨인 티보 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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