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수촌 환영식에 등장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왼쪽 2번째). ⓒ AFP=연합뉴스
19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린다. 대회의 슬로건은 ‘IMAGINE ONE ASIA’. 스포츠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의 아시아를 상상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을 맞을 공간에서는 그 약속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15일 일본 나고야항에서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의 입항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선수촌을 새로 짓는 대신 호텔과 크루즈선 등을 선수단 숙소로 활용한다. 이 배에 한국의 양궁·탁구 등 18개 종목 선수단이 머문다. 단순한 관광선이 아니라 각국 선수들이 먹고 자며 경기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행사 무대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분장한 공연단이 등장했다. 개최 지역과 연고가 깊어 관광 콘텐츠로 활용되는, 이른바 ‘나고야 삼걸(三傑)’이다.
문제는 도요토미다. 1592년 조선 침략을 명령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한국 선수들도 생활할 숙소의 공식 행사에, 조선을 침략한 인물을 내세운 셈이다.
개최지에는 익숙한 관광상품일 것이다. 다만 한국인에게는 침략의 기억이다. 국제행사의 기획은 그 차이를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손님을 초대했다면 손님의 기억도 헤아려야 한다.
지난 조직위가 해명에 나섰다. 지역의 문화와 관광을 소개하려는 공연이었으며, 특정 역사적 인물을 미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관객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그 답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대상이 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프로그램 공식 포털에는 ‘무장 되어보기 포토존’이 안내돼 있다. 노부나가·도요토미·이에야스를 주제로, 갑옷 모양의 대형 아크릴 패널 뒤에 서서 무장이 된 듯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주최는 나고야시, 장소는 나고야시 중소기업진흥회관이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9월 23일과 26∼28일 일정이 명시돼 있었다.
도요토미가 포함된 무장 역할놀이 포토 스팟. ⓒ 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 행사 홈페이지
위의 사진은 아이치현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연결한 대회 문화프로그램 포털의 안내다. 아이치현은 개최 도시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과 조직위가 인증하는 사업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포토존에는 나고야시가 주최자로 기재돼 있다.
게시된 계획만으로 실제 설치나 강행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계획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 것인지 묻기에는 충분하다. 조직위가 말한 ‘모든 프로그램과 콘텐츠’에는 이 포토존도 포함되는가. 나고야시는 도요토미를 체험 대상으로 선정한 판단을 다시 살필 것인가.
미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왜 그를 즐거운 체험의 소재로 골랐는지에 대한 답이 아니다.
역사적 인물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일과 방문객이 그 인물이 된 듯 사진을 찍도록 권하는 일은 다르다. 후자는 주최 측이 그 인물을 친근하게 소비할 대상으로 선택하는 행위다. 전쟁을 찬양하는 대사가 없더라도 그 선택의 적절성은 따져야 한다.
조직위가 의도적으로 한국을 자극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악의가 입증돼야만 잘못된 기획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 대회의 책임은 기획자의 선의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초대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까지 살피는 데 있다.
문제의 배경도 한 번의 공연보다 넓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는 전국시대 무장들을 배출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해 방문객을 맞이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무장 콘텐츠는 개최지의 환대 구상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검토할 것은 공연 한 장면뿐 아니라, 지역 관광 콘텐츠를 국제 대회로 옮기는 기준이다.
크루즈선을 이용해 선수촌을 형성한 대회조직위. ⓒ 연합뉴스
지역에서 오래 사랑받았다는 설명은 지역 안에서의 인기를 입증한다. 아시아 각국을 초대한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까지 입증하지는 못한다. 개최지의 자부심이 참가국에 대한 배려를 대신할 수는 없다.
나고야시는 해당 프로그램의 유지·변경 여부와 판단 이유를 밝혀야 한다. 조직위는 도요토미를 활용한 대회 관련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국제 대회에 적합한지 검토한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서로 주최가 다르다는 이유로 책임이 흩어진다면, ‘모든 프로그램에 주의하겠다’라는 답변은 실행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도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포토존은 검토 대상인가. 도요토미를 제외하거나 내용을 바꿀 계획이 있는가. 유지한다면 어떤 이유인가. OCA와 조직위로부터 답변받아야 한다.
아시아를 환영할 문화가 도요토미뿐일 리 없다. 다른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데도 그를 내세우겠다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책임은 개최지에 있다.
오늘 개막식의 화합 메시지는 앞으로의 운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논란을 겪고도 같은 판단을 반복하는지, 참가국의 시선을 반영해 고치는지가 그 기준이다.
“의도는 없었다”라는 말로 공연은 해명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행사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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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덕기 대한체육회 홍보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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