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뇨의학 교수, 전국 10명도 안 돼…명맥 끊기기 전에 지켜야" [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15 14:01  수정 2026.09.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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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소아비뇨의학 전문인력 부족 심화, 중증·응급수술 대체 인력도 부족

환자 감소에 소아용 수술재료까지 사라져 진료 기반 ‘흔들’

“전문인력 양성엔 수년…지금 놓치면 진료 기반 회복 어려워”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종훈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비뇨의학 수술 전반을 담당할 수 있는 대학병원 교수는 전국적으로 1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병원에서도 한 명의 의사가 진료와 수술을 모두 맡고 있어 대체할 의료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소아비뇨의학 진료체계가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태로워지고 있다.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의료진이 전국적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줄어든 데다 기존 인력의 이탈과 후속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다.


수술할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거나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동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의료진 부족이 실제 진료 공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환 상당수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장이나 생식 기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아비뇨의학 진료 공백은 심각한 문제다.


수술할 의사도, 대체 인력도 없다…위기의 소아비뇨의학

이종훈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20년 전만 해도 비뇨의학과에서 소아비뇨 분야의 수술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적은 분야 중 하나가 됐다”며 “저출산과 산전 검사 기술의 발전 등으로 환자군이 크게 줄면서 진료 환경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소아비뇨의학을 선택하는 의료진도 줄고 있다. 소아 진료는 성인보다 검사와 수술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여기에 의료소송이나 보호자와의 분쟁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의료진의 유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도 현재 병원에서 소아비뇨의학 진료를 홀로 맡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한 병원에 소아비뇨를 담당하는 의사가 두 명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진료와 수술을 모두 맡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중증이나 응급수술이 발생했을 때 대신할 의료진이 없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 의료진이 없는 병원이나 지역에서는 진료 접근성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소아비뇨기 질환을 진단받더라도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면 전문 의료진이 있는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수술 가능한 의료진이 많지 않아 병원을 옮겨 다시 진료를 받고 수술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소아비뇨 질환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료가 늦어지면 반복적인 열성 요로감염이 발생하거나 신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고, 일부 질환은 향후 생식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이 교수가 주로 진료하는 신우요관이행부협착과 방광요관역류, 잠복고환 등이 있다. 신우요관이행부협착은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선천적으로 좁아진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신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방광요관역류는 소변이 신장 쪽으로 역류해 반복적인 요로감염과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잠복고환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향후 생식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떠나는 전문인력, 끊기는 후속 세대…“대책 마련 시급”
이종훈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문제는 줄어든 전문인력을 다시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아 수술 분야는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전임의 과정 등을 거쳐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해 전문 의료진 한 명을 육성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기존 인력이 이탈한 뒤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진료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이유다.


이 교수는 “소아비뇨의학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의사들도 선배들이 처한 근무 환경과 대우, 위험 등을 보면서 선택을 주저하게 된다”며 “새로운 전문인력이 육성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이 분야의 의학적 발전이 어려워지고 환자들도 양질의 진료를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장에서는 기존 전문인력의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최근 상급종합병원에서 소아비뇨의학을 전문으로 하던 교수들이 사직하고 개원하는 사례도 있다”며 “기존 의료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의료진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면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뿐 아니라 소아 수술에 필요한 의료재료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환자와 수술 건수가 줄면서 수요가 감소하자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우요관이행부협착 수술에 사용하는 소형 요관 스텐트다. 빠르면 생후 2~3개월에도 수술이 필요한데, 어린 환아의 작은 요관에 맞는 규격의 스텐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고 현재는 한 업체만 공급하고 있다.


그는 “필요한 스텐트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재료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치료 시기가 중요한 질환임에도 의료재료 수급 문제로 수술 일정이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아·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아비뇨와 같은 세부 전문 분야까지 정책 효과가 닿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아비뇨는 비뇨의학과 내 세부 분야인 만큼 기존 진료과 중심의 지원 체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아비뇨 수술 수가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대학병원에서 실제 진료하는 의료진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며 “어렵고 위험한 소아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함께 의료소송 위험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이라고 해서 환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적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진료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전문 의료진을 다시 육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인력이 더 빠져나가기 전에 진료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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