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과 대법관 재제청 갈등 속 법치주의 강조
AI·세계질서 재편 속 법률가 역할도 당부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로아시아(아시아·태평양지역법률가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39차 로아시아 연차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률가들이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더욱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정치권력과 사회세력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사법권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사흘 만에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서울에서 열린 제39차 로아시아(LAWASIA·아시아태평양지역법률가협회) 서울 총회 개막식 축사에서 "오늘날 세계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이 심화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사법 환경 또한 유례없는 변화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사회구조뿐 아니라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률가들은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더욱 굳건히 수호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로아시아에 대해 "'법의 지배' 확립을 근본 이념으로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법치주의와 인권,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전 세계의 정의와 평화 실현에 이바지하는 기구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법부의 노력도 소개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 역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세종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세종대왕의 법사상과 사법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이 법을 단순한 통치 수단이 아닌 백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평가하며 "이번 총회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법률가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법치주의의 미래를 여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대해서도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한편 대법원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두고 청와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임명에 동의하지 않고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도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정치권력이나 사회세력, 소송 당사자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때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사법권 독립의 역사를 언급하며 외부의 압력과 간섭을 경계했던 조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법의 지배' 수호를 강조하면서 향후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창립 60주년을 맞은 로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0여개 관할권의 변호사와 법관, 법률가 및 주요 법조 단체가 참여하는 지역 법률가 단체다. 이번 서울 총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로아시아가 공동 주관하며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글로벌 신질서-도전과 전망'을 주제로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법률 환경 속 법조계가 직면한 주요 과제와 현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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