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후 출범한 해진공
HMM 재도약부터 중소선사 지원까지
156개 기업 선박 확보·경영 지원
2040년 자산 100조원 세계 1위 목표
한국해양진흥공사 현판. ⓒ데일리안 DB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안병길, 이하 해진공)가 출범 이후 8년간 17조5000억원 규모 정책금융을 공급하며 한진해운 파산으로 흔들렸던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을 뒷받침했다. 특히 단순히 선박 확보를 위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진공은 경영 안정과 친환경 전환, 해외 물류거점 구축 등으로 지원 영역을 넓히면서 해운산업의 위기 대응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지원했다. 이를 통해 K-해운 재건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다.
해운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친환경 규제 강화로 대규모 투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해진공이 특정 선사 지원을 넘어 해운·물류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해 온 이유다.
해진공은 2018년 7월 한국선박해양,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해운거래정보센터를 통합해 출범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해운기업에 안정적인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진공은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156개 해운기업에 약 17조5000억원의 금융을 지원했다. 지원 분야는 경영안정이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규 선박 37%, 항만·물류 11%, 친환경 설비개량 3% 순이다. 대형·중견선사 지원 비중은 약 37%, 중소선사는 약 63%로 나타났다.
해진공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HMM의 재도약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선사로 남은 HMM은 한동안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
HMM은 해진공과 산업은행 정책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선박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며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HMM은 2025년 매출 10조8914억원, 영업이익 1조4612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8위권 컨테이너선사로 성장했다.
해진공은 특정 대형 선사에만 정책금융을 집중하지 않는다. HMM을 제외한 나머지 73%는 중소·중견 해운기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금융을 공급했다. 선박 확보와 경영안정뿐만 아니라 친환경 전환과 해외 물류거점 구축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싱가포르 지사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산업의 환경 규제 대응에서도 해진공 금융 역할은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전환에 대한 해운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해진공은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의 전환과 친환경 설비 장치 장착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공사채 발행과 정책금융기관 협조융자 등을 통해 마련했다. 해진공은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최초로 ‘블루본드’를 발행했다. 블루본드는 해양해운산업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글로벌 채권이다.
해진공 역할은 결국 해운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해운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불황에 대비한 지원이 불가피하고,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틸 수 있도록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선박 확보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만큼 정책적 지원체계가 견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제사회 친환경 정책 전환에 따른 새로운 투자 부담까지 해진공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해진공은 민간 금융기관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과 달리 해운·물류 관련 금융 전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단기 수익성보다는 산업의 존속과 재건, 발전을 목표로 한다. 이는 국가 물류망의 98%를 책임지는 해운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국가 경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진공은 앞으로 해운산업을 넘어 해양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 해양지원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해진공은 ‘2030 글로벌 해양강국의 종합 해양지원기관’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신성장 동력 확보, 해양산업의 AI 전환 지원, 국민 상생의 책임경영 강화 작업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해양금융 24조원 공급과 신사업 매출액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장기적으로는 2040년 자산 규모 100조원, 임직원 500명 규모의 글로벌 1위 종합 해양지원기관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지난 8년은 위기에 빠졌던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재건의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해운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신성장 분야 지원을 확대해 대한민국이 세계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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