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모은 꿀·꽃가루 분석해 섬 식물상 찾는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04 15:52  수정 2026.09.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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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생물자원관, 새 eDNA 모니터링 확인

벌꿀 & 화분(꽃가루) 수집 및 eDNA 분석 모식도.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접근이 까다로운 도서 지역 식물 분포를 꿀벌이 채취한 꿀과 꽃가루의 환경유전자(eDNA)로 손쉽게 확인하는 조사 기법이 효과를 입증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오는 7일 곤충의 날을 앞두고 꿀벌이 수집한 시료 속 eDNA를 분석해 섬 지역 식물상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모니터링 방식의 가능성을 검증했다고 4일 밝혔다.


환경유전자는 물, 흙, 공기, 꽃가루 등 주변 환경 시료에 남은 DNA를 분석해 특정 생물 서식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수시로 꽃을 오가는 토종벌의 비행 특성을 활용했다. 연구자가 직접 걸어 다니며 모든 구역을 살피기 어려운 섬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영 욕지도에서 채집된 벌꿀과 꽃가루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시료에서 총 54종 식물 유전자 정보가 검출됐다. 욕지도 상록활엽수림의 대표 수종인 구실잣밤나무를 포함해 사람주나무, 차나무, 때죽나무, 산수유, 노박덩굴, 참회나무, 미역줄나무 등 여러 목본이 확인됐다.


섬에 심어진 편백과 참나무속 식물뿐 아니라 자주괭이밥, 뚝갈, 갓 등 초본류 유전자도 함께 검출돼 토종벌이 숲의 상·하층을 두루 오가며 먹이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관은 꿀벌 비행 반경 안 개화 식물 분포를 상시 점검할 수 있어 기존 현장 조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발길이 닿기 어려운 섬 절벽이나 연안 지대 조사는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밀원식물 개화기 변화와 꿀벌 먹이원 감소 등 생태계 변동을 감시하는 체계에도 이번 모니터링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준성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은 “곤충의 날을 맞아 발표한 이번 연구는 직접 가보지 않고도 화분 매개 곤충과 eDNA 기술을 결합해 섬 지역의 생태적 변화를 빠르게 감지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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