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은 늘었는데…관할 혼선에 '사건 핑퐁' 막을 기준 있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74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9.03 16:41  수정 2026.09.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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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6대 범죄, 경찰·공수처·특사경 수사 대상과 중첩 불가피

사건 이첩 기준·중복수사 우선권 불명확…기관 간 핑퐁 우려

관할 충돌 조정협의회 내년 2월 시행…출범 초기 혼선 가능성

검찰. ⓒ뉴시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사건의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 가능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대신 경찰과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각 부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등 여러 기관이 수사를 맡게 되면서 하나의 사건을 어느 기관이 담당할지를 두고 관할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함께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한다. 앞으로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부패·경제·마약·조직·사이버·선거범죄 등 6대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수사를 담당한다. 다만 중수청이 맡는 범죄 상당수는 이미 경찰이나 공수처, 각 부처 특사경의 수사 대상과 겹칠 수 있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 간 관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다. 하나의 사건에 일반 범죄와 중대범죄 혐의가 함께 얽혀 있거나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 어느 기관이 계속 수사를 맡을지 판단해야 한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처럼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중수청 또는 경찰의 관할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중수청법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수청의 수사가 중복될 경우 중수청장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에 따라야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이첩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중수청 역시 다른 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관할 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 간 사건 이관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기관별로 사건을 떠넘기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발생하면 수사 초기의 증거 확보와 관계자 조사 등이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을 두고 여러 기관이 동시에 수사에 나서는 중복수사나 기관 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새 체계에서는 기관 간 수사 대상이 겹치는 상황 자체가 이전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중수청뿐 아니라 공수처와 각 부처 특사경까지 각자의 법률상 수사 범위를 갖고 있어서다. 수사기관을 늘려 권한을 분산하는 것과 실제 사건의 관할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범죄수사청 본청과 서울청이 들어서게 되는 서울 중구 을지로 르네스퀘어. ⓒ연합뉴스

특히 관할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고소·고발 이후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는지 결정하는 과정이 길어지거나 수사기관 간 이첩이 반복되면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수사 진행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사기관 간 관할 조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라 사건 처리 기간과 수사의 효율성을 좌우할 수 있는 이유다.


오는 10월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을 앞두고 관할 중복 가능성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률에는 기관 간 협력과 사건 이첩의 기본 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떤 사건을 어느 기관이 우선 수사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계속 정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수사기관을 분리하고 늘리는 것만으로는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인 작동을 담보하기 어렵고, 기관 간 관할 충돌과 사건 이첩을 얼마나 신속하고 명확하게 조정할 수 있느냐가 새 제도의 초기 안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검사 출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중수청법상 사건 이첩 기준과 중복수사 발생 시 우선권 등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아 실제 사건에서 관할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수사기관을 늘리는 것과 기관 간 사건 처리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간 관할 충돌을 조정할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관련 규정은 공포 6개월 뒤인 2027년 2월부터 시행된다"며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 초기에는 관할 충돌을 신속히 조정할 장치가 제한적인 만큼 사건 이첩과 중복수사에 따른 혼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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