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의대생부터 현직 의료인까지 실전형 교육체계 확대
AI 특화 교육·콘텐츠 개발로 의료교육 영역 확장
“실전·첨단기술 아우르는 의료교육 기반 만들 것”
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이 지난달 31일 데일리안과 이대서울병원 이화의료아카데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의료원
수술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새로운 술기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까지 진료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의료인이 새롭게 익혀야 할 지식과 기술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기본 지식을 쌓았다고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배운 지식을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고 새로운 술기를 익히기까지 또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 의료교육과 현장 사이에 여전히 ‘교육의 간극’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화의료원은 이 간극을 ‘실전형 교육’으로 메우고 있다. 2022년 문을 연 이화의료아카데미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의료교육과 메디컬 콘텐츠 제작을 시작으로 임상에 필요한 교육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의대생부터 현직 의료인까지 다양한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지식과 술기를 가르치고, 최근에는 AI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개소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가 주목한 것은 ‘임상에서 필요한 배움’이라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배우고 나오지만 병원에 들어오면 새롭게 접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다”며 “수술도 최소침습적인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술기가 등장하는데, 이를 익히는 과정은 대부분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에서 기본 지식을 배우는 것이 글을 읽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면, 실제 임상에서는 그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의료인들이 각자 현장에서 어렵게 개척해 온 과정을 모아 체계적으로 가르쳐보자는 것이 아카데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배우던 술기, 교육으로 체계화
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이 지난달 31일 데일리안과 이대서울병원 이화의료아카데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는 의료인들이 실제 환자를 만나기 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임상과 가까운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증받은 인체(카데바)를 통한 술기 교육이다. 다만 처음부터 카데바 실습에 들어가는 대신 자체 개발한 교육용 인체모형(더미)과 VR 등을 통해 술기를 충분히 익힌 뒤 실습으로 넘어가는 단계적인 방식을 택했다. 교육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기증자의 뜻을 더욱 의미 있게 이어가기 위해서다.
한 원장은 “기증자들이 몸을 기증한 것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소중한 카데바를 활용하기 전에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실제 인체에 보다 가까운 인체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의 범위도 넓히고 있다. 이화의료원 소속 의료진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군이 교육에 참여한다. 이처럼 소속과 직군을 넘어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의 역할과 진료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IPE)’도 강화하고 있다.
한 원장은 “의사가 할 일과 간호사가 할 일은 분명히 있지만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각 직종이 자신의 업무만 아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치료 과정을 거쳐 현재 단계에 왔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의 큰 교육 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한 현장의 수요도 크다. 교육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의대생 대상 임상 해부학·술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당시 30명 모집에 불과 30분 만에 400명이 넘는 학생이 몰렸다. 한 원장은 “학생들이 그만큼 임상에 필요한 교육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시설과 예산이 더 확보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1년 내내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교육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이화의료원은 약 250평 규모의 새로운 임상교육센터를 조성 중이다. 센터가 문을 열면 그동안 학회나 의료현장의 요청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진행해 온 술기 워크숍 등을 점차 상시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의료와 AI 잇는 교육 기반으로
한승호 이화의료원 이화의료아카데미 원장이 지난달 31일 데일리안과 이대서울병원 이화의료아카데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의료원
술기 중심으로 출발한 교육 영역은 AI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화의료아카데미는 최근 AI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통해 의료와 AI를 접목한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의료진에게는 AI를 이해할 기회를, AI·의료기기 기업에는 의료현장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해 서로 다른 두 분야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한 원장은 “의사는 AI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AI 전문가는 의료의 특성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서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교육하고, 기업이 가진 구체적인 문제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멘토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AI 교육에서도 강점이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가상의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임상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은 의료 AI 기업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병원을 기반으로 한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이처럼 교육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의료 일러스트레이션과 각종 술기 자료를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필요한 내용을 조합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의료인 중심의 콘텐츠를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건강교육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한 원장이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임상현장에 가장 가까운 교육기관’이다. 그는 “임상이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면 우리는 그 바로 전 단계에서 의료인이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단순히 교육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교육 방식과 콘텐츠를 함께 개발하며 계속 발전하는 기관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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