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임명 하루 만에 해임
與 "추가 조사 없이 매듭"
친청계 "표적 감찰 우려"
전대 이후 계파 불신 재노출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2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제8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강민구 윤리감찰단 부단장을 하루 만에 해임하며 '정청래 세력' 메시지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강 부단장의 추천·검증 경위에 대한 추가 확인 없이 "해임으로 끝났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윤리감찰단의 중립성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친청계가 윤리감찰단 인선에 실제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메시지를 받은 박선원 최고위원은 강 부단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았을 뿐이라는 입장이고, 메시지에서 지목된 장인재 전 부단장도 김기표 윤리감찰단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을 전달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강 부단장을 전날 해임했다.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박 최고위원의 휴대전화 화면에 강 부단장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직후다. 강 부단장이 해임된 건 임명 이틀 만이다.
강 부단장은 메시지에서 윤리감찰단의 추가 부단장 추천 움직임을 언급하며 "정청래 쪽 장인재 부단장이 검찰 수사관 출신이라서 김기표 의원에게 작업 들어온 듯하다"고 했다. 이어 "중앙당에서 출근하라고 연락이 안 온다. 사무총장에게 얘기 좀 해달라. 빨리 가서 장악해야 할 듯하다"고 적었다.
윤리감찰단은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불법·일탈 행위를 조사하는 당대표 직속 상시기구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찰기구를 '장악' 대상으로 표현하고 전임 대표 측 인사를 별도 세력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계파적 경계심과 감찰단 중립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민주당은 강 부단장의 해임으로 이번 사안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세종시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별도 진상조사 여부에 대해 "해임 조치로 끝난 것 아닌가"라며 "심플하게 문제가 있으면 매듭짓는 게 지도부의 결단력이고, 그 부분을 해임을 통해 결단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부단장의 추천·임명 과정에 대해서는 "추천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당대표가 임명했고,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해임했다"고 답했다. 윤리감찰단의 후속 구성이나 후임 부단장 인선 원칙도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신속한 해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감찰단의 신뢰 문제를 공개 제기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텔레그램 건에 신속하게 대응해 우리가 하나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당직자들에게 인내와 절제를 요청했다.
최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는 "이 텔레그램 대화의 가장 큰 피해 단위는 윤리감찰단"이라며 "이런 윤리감찰단이 이중잣대·표적 감찰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윤리감찰단은 우리 편이 장악해야 하는 조직이 아니라 어느 편에도 장악돼서는 안 되는 조직"이라며 "'정청래 세력·작업·장악'은 또 다른 반명·분열주의"라고 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후속탄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친명계로 구분되는 한 의원은 데일리안에 "강 전 부단장 개인의 일탈을 지도부가 발 빠르게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최고위원들의 입장도 계파 갈등의 표출이라기보다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사전에 해당 메시지와 관련한 논의가 전혀 없었고 박 최고위원도 메시지에 반응하거나 답변하지 않았다"며 "강 전 부단장이 징계성 해임으로 직에서 물러난 만큼 사안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친명계가 상황 봉합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내재된 계파 간 불신의 크기를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갈등 재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최고위원 측이 일방적으로 받은 메시지라고 강조한 것은 그 내용이 상당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작업 들어갔다'는 표현 등을 보면 아직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임 조치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잘라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해임 이상으로 나아가면 계속 벌집을 쑤시는 상황이 될 수 있어 빠르게 조치한 뒤 논란이 봉합되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후임 인선은 밀실에서 결정해서는 안 되고 누가 봐도 투명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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