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년 6억원 계약, 12억원으로 옵션 상향 조정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도 강한 동기 부여 자극
서건창. ⓒ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내야수 서건창(37)과의 기존 비FA 다년계약에 옵션 특약을 추가해 총액 규모를 12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키움은 지난 달 서울 신도림의 한 호텔에서 위재민 대표이사, 허승필 단장, 그리고 서건창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지난 5월 2년(2027~2028년)간 최대 6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던 서건창은 불과 세 달여 만에 자신의 계약 가치를 두 배로 늘렸다. 세부 조건은 비공개지만, 구단 측은 "선수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옵션으로 사실상 12억원 전액 보장"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 조정을 두고 샐러리캡 하한선을 채우기 위한 키움 구단의 '꼼수 계약'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키움은 최근 몇 년간 저연차, 저임금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며 샐러리캡 하한선 미달 위기에 직면했다. 최소한으로 써야 할 돈을 맞추기 위해 굳이 주지 않아도 될 돈을 기존 계약에 얹어준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번 건을 단지 샐러리캡 규칙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나 꼼수로 폄하하기엔 무리가 있다. 설령 그것이 제도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계산에서 비롯됐다 할지라도, 그 결과물이 구단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제 몫을 해낸 '선수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꼼수'라면 KBO리그 전체에 백번이고 천번이고 권장해야 마땅하다.
서건창의 최근 몇 년은 너무도 파란만장했다. 2014년 201안타라는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우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던 '교타자의 대명사'였지만, 2021년 7월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커리어는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서도 반전은 없었다. 지난해 KIA에서 기록한 성적은 10경기 타율 0.136. 사실상 방출 수순을 밟으며 커리어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친정팀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연봉 1억 2000만 원이라는 소박한 조건으로 복귀한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율 4할을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수비 도중 손가락 골절이라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5월 복귀 이후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과거 ‘서교수’의 모습 그대로였다.
서건창. ⓒ 키움 히어로즈
올 시즌 85경기에 나와 타율 0.323, 107안타, 3홈런, 31타점, 56득점, OPS 0.820.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88에 달한다. 팀 내 야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는 3.35으로 전체 1위이며 리그에서도 15위에 해당한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월간 타율 3할대를 유지했고, 특히 8월 한 달간 타율은 0.387에 육박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재기' 수준을 넘어 팀 타선을 이끄는 핵심 옵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움 구단은 이번 결단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서건창은 이미 5월 계약을 통해 2028년(39세)까지 현역 연장의 기틀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구단 입장에선 가만히 있어도 2년간 6억원에 묶어둘 수 선수였다.
그럼에도 구단이 먼저 나서 계약 규모를 12억원으로 두 배 올려주었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가치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선수의 사기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팀 내 젊은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다.
서건창 역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제안이라 놀랐다. 금액을 떠나 선수로서의 가치를 좋게 평가해 준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샐러리캡 하한선이라는 제도적 제약이 계기였을지 몰라도, 그 수혜자가 팀에 헌신한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은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혜택을 받아 마땅한 선수가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게 됨으로써 키움 히어로즈는 명분과 실속 모두를 챙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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