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방장관 후보자로 강신철 주 사우디 대사 지명
정부 '군 문민화' 기조 퇴색 지적 피할 수 없게 돼
육사 출신 후보자, 임명되면 모교 폐교에 힘 실어야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64년 만에 취임한 '문민' 국방부 장관이 물러나고 다시 '군 출신'이 장관 자리에 앉게되는 상황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강 후보자의 장관 취임과는 별개로 이재명 정부의 군 문민화 기조 및 범국민 반발에 부딪힌 사관학교 통합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개각 대상에는 국방부 장관이 포함됐다. 개각에 국방부가 포함된 데 대해 군 안팎에서는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군 안팎에서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이번 개각에서 유임되고 올해 가을 예정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뒤 연말이나 내년 초쯤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고 양국 군 통수권자에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연도를 건의하는 청사진을 내비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 수장의 교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장관이 교체될 경우 차관을 비롯해 각 실장, 대변인 등이 모두 새 사람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변화가 뒤따른다. 이번 후보자 지명을 두고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작 강 후보자는 아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도 하지 않았다.
이번 지명이 세간의 관심을 받는 또다른 이유는 차기 국방장관으로 군 엘리트 출신 인사를 낙점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군 문민화' 기조를 밝혔고,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안 장관이었다. 안 장관은 방위병 출신으로, 그동안 국방장관에 각 군 사관학교 출신들이 앉아왔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였다. 기조를 이어받아 안 장관 다음 국방장관으로 군 출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청와대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자 지난해 대장으로 예편한 정통 군인인 '강신철'이라는 인물을 선택했다. 이재명 정부의 '군 문민화' 기조가 퇴색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0일 오후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찾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강신철 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육사 46기인 강 후보자는 군내에서 덕장(德將)으로 유명하다. 강 후보자는 육사 졸업 당시 교수사관 추천을 받을 정도로 인재였지만, 당사자가 이를 거절한 뒤 야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교수사관은 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년까지 보장받는 군 내 몇 안되는 안정적 보직이다. 현역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자의 평판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의 이력 역시 독특하다. 강 후보자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오가며 꾸준히 중용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국방장관 군사보좌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윤석열 정부 때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으로 근무했다. 2023년 10월 대장으로 진급하며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맡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전역과 함께 야인이 됐지만, 올해 초 주사우디 대사로 발탁되면서 다시금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까지도 강 후보자는 여야 모든 정치 진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 후보자는 특히 현 정부가 강조하는 '합동성'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도 있다. 합참 작전기획과장, 합동군사대학교 육군대학장, 합참 전략기획부장 겸 WMD대응센터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국방장관으로 강 후보자를 지명한 데에는 이같은 '합동성'과 동시에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후보자는 한미 군 당국의 연결고리인 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하면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과 직접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다만 이같은 강 후보자의 평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정책 추진과 관련, 육사 출신인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에 임명된다면 당장 자신의 모교인 육군사관학교를 폐교하고 가칭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육사 쿠데타'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강 후보자는 임명과 함께 우선 '급한 불'인 전작권 전환에 매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사실상 우리나라를 '패싱'한 미국 군 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 목소리가 큰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각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등과 다시금 대화에 나서면서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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