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이틀 만에 문책성 자진 사퇴
레버리지 ETF 등이 경질론 불붙여
30%대 지지율 하락에 李대통령 결단
野선 "꼬리 자르기"…국조·특검 추진
김용범 정책실장이 8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달 30일 중폭 개각이 단행된 지 이틀 만에 나온 사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부동산·금융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이후 관련 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 물러난 만큼, 실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지 상징적 인사에 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전 실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45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6개 부처를 교체하는 중폭 개각이 발표됐을 당시 김 전 실장은 대상에서 빠져 유임이 유력해 보였다. 정책 연속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쇄신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으나, 개각 발표 직후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책 논란만으로 경질하기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적당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이 유임론의 배경으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 사퇴 배경에 대해 "정책 집행 행위에 있어 원활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참모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도 지난 기자회견에서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으니 일하는 방향 등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며 이번 인사가 이런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는 "이번 인적 개편 자체가 2기 경제·정책라인 활성화와 가속화를 위한 것"이라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후속 인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의 사퇴 결정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파장과 부동산 세제 혼선을 꼽는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선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 하게 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했고 (정책 부서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며 스스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 직후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책임론이 거세졌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공제 차등 적용 등 세제 개편 혼선까지 겹치며 여론이 악화됐다.
잦은 설화(舌禍) 역시 교체 명분을 더했다. 그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는 성공의 비용"(5월 26일 페이스북), "우리나라 변동성이 큰 건 개인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를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7월 28일 상파울루 기자간담회)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조차 "준비되지 않은 레버리지 ETF 도입으로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냥 넘어가는 건 적절치 않다"(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며 여권 내부에서도 경질론이 분출됐다.
이로 인한 여론 악화가 이 대통령의 결단을 끌어냈다는 해석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지난달 25~27일 전화면접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떨어졌고,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지난달 24~28일 무선 100% ARS 조사(38.9%)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진입했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단순히 지지율이 낮은 게 문제가 아니다. 중도층은 정책 실패, 진보층은 정체성 실패 때문에 양쪽에서 다 이탈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을 지지율 하락으로 해석했다. 박 평론가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1년 동안 특별한 성과를 얻지 못한 데다가 막판에 레버리지 ETF, 아파트 시장 혼선까지 겹쳤다"며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의 주도자가 김 전 실장"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은 '꼬리 자르기'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김용범의 작품이었다. 증시는 도박판이 되고 국민의 통장은 털리고 증권사들만 돈을 벌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 대통령 모르게 김용범 혼자 했을 리도 없다. 김용범은 꼬리, 몸통은 이 대통령일 것"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행동한 것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을 정책실장이 감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표 수리를 꼬리자르기식 사퇴로 규정하며 "김승원 공소취소 장관 지명 후폭풍이 커지자 다급하게 연막탄을 던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졸속 도입 이면에는 김 전 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아들이 최대 수혜 기업 미래에셋에 나란히 재직하고 있다는 이해충돌이 자리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자본시장 교란이자 권력형 금융 범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이 주도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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