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티켓팅 계정은 숨었다…‘암표법’, 중국 플랫폼 포함 음지 거래까지 잡을까 [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28 10:51  수정 2026.08.28 10:51

시행 하루 전 공개 계정 잇따라 비공개…기존 대화방·디스코드로 이동

해외 플랫폼·SNS는 사업자 의무 밖…문체부 “신고·모니터링 강화”

티켓베이 “제도권 위축 시 거래 음성화”…반복 판매 모니터링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영업하던 대리티켓팅 계정들이 잇따라 게시물을 지우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신규 의뢰는 받지 않되 기존 고객은 종전 대화방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거나, 디스코드 등 개인 대화방에서 문의를 이어가겠다는 계정도 나타났다.


법 시행 전부터 공개 영업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거래가 사라졌다기보다 외부에서 판매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곳으로 이동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 법의 실효성은 공개 게시물이 얼마나 줄었는지보다 해외·폐쇄형 채널로 옮겨간 판매자를 실제로 찾아 처분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재판매할 목적으로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방해해 티켓을 확보하는 ‘부정구매’와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상습 또는 영업으로 판매·알선하는 ‘부정판매’를 처벌한다. 부정판매에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왼쪽), 광화문 무료 공연이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거래되는 모습 ⓒ빅히트 뮤직, 샤오홍슈

국내 예매처와 통신판매중개업자를 통한 거래에는 추적 장치가 마련됐다. 문체부는 문화포털에 온라인 암표 신고센터를 열었고, 신고기관은 조사에 필요하면 이들 사업자에게 거래 시간과 가격·수량, 판매자 연락처, 결제·접속 정보 등을 요구해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신고기관이나 수사기관이 통보한 게시물은 원칙적으로 24시간 안에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


다만 모든 개인 간 양도나 한 차례의 웃돈 거래가 곧바로 부정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도 한 장을 한 차례 구입가보다 비싸게 판매한 경우 원칙적으로 ‘상습 또는 영업’으로 보기 어렵고, 반복성과 부당이익을 얻으려는 의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개인 간 재판매 플랫폼 티켓베이는 법 시행 이후에도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신 같은 공연이나 경기의 티켓을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등 부정거래가 의심되는 계정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최초 예매처가 정한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넘겨 등록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티켓베이는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내 제도권 플랫폼만 위축되면 거래가 해외 SNS와 오픈채팅, 비공개 커뮤니티, 개인 직거래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샤오홍슈·위챗 등 중국 플랫폼은 집행이 더욱 까다롭다. 앞서 이 SNS에서는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무료 공연 티켓에 웃돈을 붙이거나, 정가 9만 9000원이었던 투어스(TWS) 팬미팅 좌석을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등의 게시물이 적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티켓베이

티켓베이 측은 “국내 플랫폼의 거래량 감소만을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 부정한 티켓 확보와 상습·영업적 판매가 줄었는지, 거래가 해외나 비제도권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는지, 소비자 피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샤오홍슈·위챗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해 “해외 플랫폼까지 개정 법령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정판매한 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있지만 해외 사업자로부터 판매자의 신원과 거래 내역을 확보할 별도 협력 창구나 자료 제출·게시물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후속 조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신고포상금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2027년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상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활용해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디스코드와 개인 대화방 같은 폐쇄형 채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정법은 예매처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의심 거래 정보 제출과 게시물 노출 제한 등의 의무를 부과하지만 일반 SNS 사업자는 대상이 아니다. 문체부는 이 역시 신고와 모니터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신고자가 제출한 캡처나 계좌이체 내역을 토대로 삭제된 기록과 이용자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엔하이픈 월드 투어 ‘블러드 사가’ 인 서울’ 포스터. 팬덤 대상 국내 선예매를 진행했다. ⓒ빌리프랩

사후 단속의 한계를 줄이기 위해 팬들이 요구해온 국내 거주자 대상 선예매도 법정 의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본인 확인은 의무화했지만 국내 선예매 여부는 공연·경기별 사정에 따라 주최자가 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흐름은 감지된다. 지난 4월 엔하이픈(ENHYPEN) 서울 공연에서 국내 팬클럽 선예매가 진행된 데 이어, 코르티스(CORTIS)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국내·글로벌 선예매를 분리해 운영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도 레드벨벳(Red Velvet), 에스파(aespa), 엔시티드림(NCT DREAM) 공연에 국내 선예매를 도입하면서 대형 기획사의 공연 운영 방식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외 업자의 접근을 예매 단계부터 제한할 것인지는 법이 아닌 개별 기획사와 공연 주최자의 선택으로 남겨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 법은 시행 전부터 공개 대리티켓팅 계정을 움츠러들게 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뒤의 결과다. 신고와 모니터링이 판매자 특정과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 및 수익 환수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거래가 해외와 폐쇄형 채널로 이동해 사기 위험만 키우지는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공개 계정 수나 국내 플랫폼 거래량의 감소가 아니라 음지로 옮겨간 판매자를 실제 처분할 수 있는지가 ‘암표법’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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