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우유 5만톤…5년 새 5배 급증
프랜차이즈는 '맛', 개인 카페는 '가격'
멸균우유, 국산 우유 대체는 '시기상조'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있다.ⓒ뉴시스
수입 멸균우유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산 우유보다 가격 부담이 낮은 데다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과 재고 관리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카페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국산 우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멸균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맛과 향이 일반 소비자도 비교적 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 커피의 맛을 중요하게 보는 업장에서는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관세청에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5만740톤(t)으로 지난 2019년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올해 1월 미국산 우유 관세가 철폐된 데 이어 지난달 유럽산 우유에도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수입 멸균우유의 침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몰에서는 폴란드산 멸균우유가 1L 기준 15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용량 국산 흰우유 가격이 3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차이에도 멸균우유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국산 우유의 원가 압박에도 수입 멸균우유 도입을 꺼리는 데엔 '품질'과 '소비자 반응'이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멸균우유는 일반 소비자가 마셔도 즉시 차이를 느낄 정도로 맛의 격차가 크다"며 "국산 우유에 비해 특유의 고소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카페 핵심 메뉴인 라떼 제조 시 확연히 다른 맛이 난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는 초고온 멸균 과정에서 생기는 '가열향'과 느끼한 후미가 에스프레소 본연의 향을 방해하는 풍미의 이질감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경우 깔끔하고 고소한 신선 우유의 맛에 익숙해 멸균우유로 바꿨을 때 맛의 차이를 즉각적으로 체감한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우유 진열대에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도 국산 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국산 우유를 사용했을 때 라떼 맛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며 "일부 개인 카페는 단가 때문에 멸균우유를 쓰더라도, 프랜차이즈는 소비자로부터 한 번 '맛이 없다'는 입소문이 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멸균우유로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국산 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원가 부담이 큰 소규모 개인 카페들은 수입 멸균우유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 점주 김모씨(34)는 "원유만 마신다면 맛의 차이가 나지만, 커피 원액과 섞였을 때 국산 우유와 차이가 크지 않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은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3)도 "작년까지 국산 신선우유를 사용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에 원가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멸균우유로 바꿨다"며 "아직까지 소비자들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입 멸균우유 수입량 증가와는 별개로, 음료의 핵심 재료인 '라떼용 우유' 시장을 완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일부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수입 멸균우유의 활용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국산 우유 소비량을 대량 견인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벽을 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맛의 표준화와 브랜드 품질 관리가 중요한 만큼 기존 원재료를 쉽게 바꾸기 어렵지만, 소규모 업장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도 카페 등 B2B 시장을 주요 수요처로 보고, '품질'과 '신선함'을 멸균우유의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커피 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수입 멸균우유의 B2B 시장 진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국산 신선 우유의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입 멸균우유는 원가 절감을 원하는 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카페에서는 우유가 음료의 맛과 품질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국산 우유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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