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계속돼야"…이창동 감독, 넷플릭스서 고민하는 '가능한' 사랑의 의미 [현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25 12:48  수정 2026.08.25 12:50

9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출연

"극장 시대 저물었다? 변화 받아들이되 관객과 가까워지는 일 고민해야"

이창동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9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불가능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어떤 사랑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지 고민하며 색다른 질문을 던진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넷플릭스의 첫 협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능한 사랑' 조인성·조여정·이창동 감독·전도연·설경구ⓒ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그 사랑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쉽게 이뤄지고, 모두에게 축복받는 사랑은 굳이 서사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사랑 이야기는 사실 이뤄질 수 없다는 것, 불가능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을 하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또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로,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로 후유증을 겪는 호석 역을 맡았다. 전도연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며 총파업이 남긴 후유증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호석의 아내 미옥 역을 맡았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길복순' 등 여러 작품에서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 설경구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전도연은 "새로운 배우자를 맞고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오랜 시간 봤기 때문에 신뢰와 믿음이 있다. 진짜 부부 같은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밀양' 이후 19년 만에 재회한 이 감독에 대한 신뢰도 언급했다. 그는 "감독님의 영화라는 것이 가장 큰 (출연의) 이유였다"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여운이 컸다.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설경구 또한 '박하사탕', '오아시스' 이후 오랜만에 이 감독과 만났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박하사탕' 때만큼은 아니어도 긴장감이 생기더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도 들었다. 사실 당시엔 힘이 들었다. 경험도 많이 없고, 주어진 감정들도 벅차 힘들었는데, 나중엔 그때의 기억이 너무 그립더라. 그래서 이번에 마음이 벅차고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조인성은 이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추며 배운 점을 언급했다. '휴민트', '호프'에 이어 '가능한 사랑'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인성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감독님의 제안을 받고 '이것까지는 하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 배우러 간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조여정은 "이창동 감독님과의 작업은 고대하던 일이라 제안을 받고 얼떨떨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여운이 진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영화를 할 수 있는 깊이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3일 정도 고민을 한 후에 연락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에 "마음이 벅차다"는 소감을 밝히며 이번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해 준 넷플릭스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타 감독, 배우들이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몰리면서, 극장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먼저 이 감독은 "넷플릭스 측이 처음부터 이 작품을 믿고 기다려주셨다. 그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어떤 간섭이나 별도의 요구사항도 없었다. 감독으로서 독립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지난해 전반기 이 영화를 결심한 시점이 한국 영화 산업이 약화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앞으로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던 때였다"면서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의 구조는 바뀌어가고 있고 극장용 영화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향하는 변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엔 공존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공개와 더불어 극장에서도 관객들을 만난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와 처음부터 약속한 부분이다. 영화제 출품을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넷플릭스는 그 약속을 지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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