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 46조…최태원이 키운 하이닉스, 이젠 1100조 [백서원의 나우앤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25 11:29  수정 2026.08.25 12:37

특별사면 11일 만에 M14 찾아…46조 비전 제시

M14·M15·M16 완성…HBM 세계 1위로 반전

1100조 새 청사진…한 달 만에 54조 투자 의결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25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M14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SK하이닉스

2015년 8월25일, 이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 섰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11일째였다. 사면 직후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는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다"고 말한 터였다.


이날 SK하이닉스가 내놓은 숫자는 46조원이었다. 반도체 가격이 뚝뚝 떨어지던 시기, M14를 포함해 국내 생산기지 3곳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1년 뒤, 그 계획은 예상보다 일찍 현실이 됐다. 그리고 지난 6월 최 회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엔 청와대였다. 이번에 나온 숫자는 1100조원이었다.

D램 가격 떨어질 때 46조 꺼냈다

2015년 8월25일 이천 본사. SK하이닉스는 'M14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46조원 계획을 공개했다. M14에 15조원, 뒤이어 지을 두 공장에 31조원. D램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던 시기였다.


최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SK그룹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다시 써내려가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은 며칠 전부터 예고된 발언이었다. 8월17일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는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계획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이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3년 먼저 약속을 지키다

말뿐인 계획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청주에 M15가 섰고 2021년 2월엔 이천에 M16이 들어섰다. 회사는 46조원 미래비전을 목표보다 3년 앞당겨 완성했다고 밝힌다.


M16 준공식, 최 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를 그리던 2년 전, 우리가 M16을 짓는다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곤 이렇게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줬다."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오버스펙' 취급받던 HBM의 반전

세 공장이 자리 잡는 사이, 판 자체가 바뀌었다. 2013년 첫선을 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시장은 냉담했다. SK하이닉스가 AMD와 공동 개발해 세계 최초로 선보였지만 당시에는 필요 이상의 성능을 갖춘 '오버스펙' 제품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2세대 HBM에서는 성능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서 엔비디아 공급 경쟁에서도 밀렸다. 그래도 SK하이닉스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긴 기다림은 AI 붐과 함께 반전됐다. 지금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기준 HBM 시장의 58%를 쥐고 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엔비디아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 된 그 제품이다.


이제 최 회장의 시선은 다음 투자로 향했다. 지난 6월29일 청와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그는 새 카드를 꺼냈다. 중장기 반도체 투자에 1100조원.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600조원, 청주 100조원, 신규 서남권 클러스터 400조원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1000조원까지 얹어 "대한민국을 지능 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1100조 선언 한 달 만에 54조 투자 의결

11년 전 46조원은 선언에서 시작해 3개 공장으로 완성됐다. 이번엔 순서가 다르다. 발표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용인 Y2와 청주 M17에 각각 35조2000억원, 19조1000억원,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청사진을 던지자마자 실행이 뒤따라오고 있다.


11년 전, 회의론 속에 내놓은 46조원 투자계획은 세 개의 공장으로 현실이 됐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HBM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번에 최 회장이 꺼낸 숫자는 1100조원. 다음 11년의 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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