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인스퍼레이션 시승기
차체 키우고 볼륨 더해 ‘작은 세단’ 이미지 탈피
넓어진 공간·첨단 편의사양으로 상품성은 ‘중형급’
가솔린 2.0 굼뜬 가속과 투박한 승차감은 아쉬워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세단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요즘이지만 아반떼만큼은 언제나 예외다. 생애 첫차가 필요한 사회초년생부터 출퇴근용 차를 찾는 직장인, 연비 좋은 세컨드카를 원하는 가족까지 두루 품으며 ‘국민차’ 자리를 지켜왔다. 굳이 크고 비싼 차가 필요하지 않다면 아반떼만으로도 충분한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많은 호평을 뒤로하고, 신형 아반떼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큼직해진 덩치는 물론, 최상위 세단인 그랜저에 이어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장착하면서다. ‘이만하면 충분한 차’ 타이틀을 내려놓고, 쏘나타의 자리까지 꿰차볼 작정인 듯 하다.
‘국민세단’ 아반떼의 화려한 변신을 직접 경험해봤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약 80km의 코스로, 고속도로와 꽉 막힌 시내까지 두루 달렸다. 시승모델은 디 올 뉴 아반떼 가솔린 2.0 인스퍼레이션 트림, 가격은 3687만원이다.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신형 아반떼를 처음 마주하면 ‘커졌다’는 사실보다 ‘제법 비싸 보인다’는 인상이 먼저 든다. 기존 아반떼가 날카로운 직선을 활용해 젊고 마른 체형을 강조했다면, 신형은 차체 곳곳에 볼륨을 더해 한층 듬직하게 진화했다. 수년간 빼먹지 않고 운동을 거친 덕에 사회초년생의 첫차보다는 제법 잘 차려입은 직장인의 냄새가 난다.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도 이번 아반떼의 변화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법 하다. 싼타페처럼 낯선 얼굴이 아니라, 기존 아반떼의 얼굴과 형태를 충분히 살렸기 때문이다.
신형 아반떼는 전작 아반떼의 뾰족뾰족하고 날렵한 몸집은 그대로 살리되, 날씬했던 몸집 군데군데를 힘껏 부풀리는 방식을 택했다. 헤드램프가 얇아지고, 전반적으로 살집이 좀 붙었다 해도 아반떼가 아닌 다른 차는 좀처럼 유추되지 않는다. 전작 아반떼가 워낙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만큼, 아반떼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측면으로 돌아서면 몸매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로 다른 각도의 선과 굴곡이 도어 패널 위에서 교차하고, 볼륨을 키운 앞뒤 펜더가 차체를 단단하게 받친다. 이전 모델이 마른 근육을 드러낸 운동선수 같았다면, 신형은 체급을 올린 뒤 제대로 벌크업한 모습이다.
후면부도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램프와 넓어진 차체가 맞물려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다. 뾰족하고 가벼웠던 기존의 분위기보다는 낮고 넓게 도로에 붙은 인상이 강하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작은 차라서 어쩔 수 없는’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저기 부풀려 커보이는 디자인을 택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크기가 커졌다. 전장 4765mm, 전폭 1855mm, 휠베이스 2750mm로 과거 중형 세단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안 그래도 택시 수요를 빼면 명함도 못 내밀던 형 쏘나타가 이번엔 압도적으로 자존심을 구길 수도 있겠다.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부 역시 막내 대접 받기를 거부하는 듯 하다. 그랜저 다음으로 탑재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그 증거다. 현대차에서 가장 비싼 세단 다음으로 가장 대중적인 세단이 최신 디지털 경험을 받아든 셈이다.
문을 열면 큼직한 센터 디스플레이와 9.9인치 슬림 운전자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잡한 선과 장식을 줄이고 화면을 중심으로 실내를 깔끔하게 정리해, 엔트리 세단보다 최신 전기차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트림에 따라 14.6인치 또는 12.9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데, 중요한 건 아반떼라고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랜저, 그리고 올 하반기 출시될 제네시스 GV90과도 같은 인포테인먼트다. 어떤 차를 타도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반떼에서 즐기는 플레오스는 그 어떤 차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진다.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플레오스 커넥트의 꽃은 역시 음성인식 비서 ‘글레오’. 허공에 대고 부르기만 하면 되니, 운전 중 화면을 들여다보고 기능을 찾는 일을 크게 줄여준다. 특히 아반떼의 경우 생애 첫차로 선택하는 사회초년생과 초보 운전자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핵심 ‘안전장치’가 돼줄 수도 있겠다.
인테리어 측면에서는 묵직해진 외모만큼이나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체감이 큰 요소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던 애매한 가림막이 사라지면서 얻은 공간감이다.
도어 암레스트와 센터콘솔이 운전자를 감싸는 기본 구성은 유지하면서도 시야를 가리거나 공간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요소를 줄였다. 전작이 실내에서도 직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 데 애썼다면, 신형은 공간과 편의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커진 차체의 혜택은 2열에서도 느껴진다. 성인 탑승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가족용 세단으로 활용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준중형 세단의 숙명이던 다소 답답한 앞뒤 좌석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디 올 뉴 아반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외관이 아무리 세련되게 바뀌었어도 자동차는 결국 달려봐야 하는 법.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밟자 신형 아반떼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가솔린 2.0 엔진은 최고출력 149마력, 최대토크 18.3kgf·m를 낸다. 기존보다 성능을 높였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체가 한결 무겁고 굼떠졌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음은 빠르게 커지는데 속도는 기대만큼 시원하게 따라붙지 않는다. 출발할 때도, 주행 중 추월을 위해 속도를 끌어올릴 때도 반응이 한 박자 늦다. 엔진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몸은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
물론 아반떼에 고성능 세단의 폭발적인 가속을 기대하는 소비자는 드물겠지만,운전자가 달리고 싶을 때 재빠르게 속도를 붙여주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상용 세단이라도 합류나 추월처럼 힘이 필요한 순간에는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겠다.
하체 세팅도 상당히 딱딱한 편인데 파워트레인의 굼뜬 반응과의 궁합이 썩 매끄럽지 않다. 차체는 긴장한 듯 단단하게 움직이는데 가속은 느긋하다. 그렇다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안락한 세단의 승차감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의 재미도, 편안함도 어느 한쪽이 선명하게 살아나지 않는다.
특히 기존 아반떼가 지녔던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기억한다면 아쉬움은 더 클수 있겠다. 몸집과 상품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막내 세단만의 가뿐한 발놀림까지 함께 무거워진 듯 하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연비 개선을 위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쉬운 주행감을 내주고 얻은 효율은 준수한 편이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11.1km/ℓ. 가솔린 2.0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최고 14.3km/ℓ다. 차체를 키우고 편의·안전사양을 대거 추가하면서도 일상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연비를 확보했다.
물론 아반떼를 사면서 운전 재미를 최우선으로 두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출퇴근과 장보기, 주말 나들이 등 일상에서 무난하게 굴릴 차량으로 선택한다면 넓어진 공간과 세련된 디자인, 풍부한 안전·편의사양, 준수한 연비가 훨씬 크게 와닿을 가능성이 높다.
쏘나타의 자리를 완전히 빼앗았다고 말하기에는 주행 성능과 승차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소비자가 굳이 쏘나타까지 올라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지워낸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자꾸만 더 좋아지려 애쓰는 ‘국민 첫차’의 욕심은 언제나 무죄다.
▲타깃
-그랜저의 두뇌를 아반떼 가격에
-내 운전 실력은 서툴러도 차는 똑똑했으면 하는 초보운전자
▲주의할 점
-근육은 키웠는데 발놀림은 아직 굼뜨다
-시작 가격은 첫차, 출고 가격은 패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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